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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한 가’에서 MC그룹을 관리하는 탑팀의 헤드 ‘한제국’을 완벽하게 연기한 배종옥. 제공ㅣ제이와이드컴퍼니 |
‘한제국’은 원래 남자 캐릭터였다. ‘우아한 가(家)’ 제작진은 이 절대 악 캐릭터를 배종옥(55)이 해줄 거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여배우 중, ‘한제국’을 배종옥 만큼 소화할 여배우가 또 누가 있을까.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배종옥은 “전쟁같던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전쟁 같지 않았다. 행복했다”며 특유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곤 홀가분한 얼굴로 “남들이 열광하는 드라마였다면 이렇게 기분 좋지 않았을 거다. 관심 없던 드라마가 갑자기 대중의 관심을 받으니 훨씬 더 이룬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MBN 수목 드라마 ‘우아한 가’는 10%의 벽을 뚫고 MB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회 짜릿하고도 통쾌한 반전을 선사하며 MB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7번이나 경신했고, 첫 포상휴가도 끌어냈다. 황무지에서 일군 기적이었다.
“‘바보 같은 사랑’(노희경 작가)을 할 때 첫회 시청률이 1.4%였죠. 그땐 애국가도 4% 나오던 시절이었거든요. 그 후에 이재룡 배종옥이 (드라마를) 망쳤다고 기사가 쏟아졌어요. 근데 끝날 땐 8% 이상의 시청률이 나왔고 여기저기서 상도 받았어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그래서 이번 드라마가 더욱 값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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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옥은 차분한 눈빛과 옅은 미소, 기품 넘치는 태도로 ‘배종옥만의 한제국’을 탄생시켰다. 제공ㅣ제이와이드컴퍼니 |
“작가님이 한제국이란 이름도 여자로, 대사 톤도 여자로 바꾸겠다고 하시길래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그 안에서 색을 넣겠다고. 여성들이 당하는 사회적인 울분을 속시원하게 해주니 여성 팬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내 나이 때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어요. 이런 ‘한제국’이란 캐릭터는 나오기 어려워요. 작년 10월부터 연극을 하고 있었고 겨울엔 영화를 찍었고 ‘지정생존자’도 하고 있었죠. 그거 끝나고 쉬기로 한 틈에 이게 들어왔어요. 안 했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어요.(웃음)”
배종옥은 완벽한 ‘한제국’이었다. 잔혹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를 차분한 눈빛과 옅은 미소, 때론 기품 넘치는 태도로 구현해 ‘배종옥만의 한제국’을 탄생시켰다. 여유롭게 앉아 상황을 지켜보다가 적재적소에 적당한 인물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MC그룹의 폭주, 스캔들, 외도, 일탈까지 완벽히 막아냈다. 대한민국 드라마사에 여성 악역 캐릭터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에 있어 샤우팅을 하는 게 옳은 건가 싶었다. 후배들 연기를 통해 요즘 경향은 그렇지 않다는 걸 판단했다”고 했다.
“저도 물론 과거에 그런 액팅을 많이 했어요. 권력으로 회유하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고 짓밟기도 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센 역할이 더 세면 거부 반응이 올 것 같았어요. 또박또박 정확한 포인트만 주고 나머진 날리자, 그런 걸 시도했는데 적중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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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옥은 머리카락 한올에도 연기철학을 담아 열연했다. 제공ㅣ제이와이드컴퍼니 |
이번 드라마에서 돋보인 건 그의 연기만이 아니었다. 리즈 시절 미모가 되살아나는 듯한 패셔니스타운 면모도 보여줬다. 매회 선보인 수트는 패셔니스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종옥은 "우리 코디가 그거 하느라 머리 아팠을 것"이라며 웃었다. 머리카락 한올에도 그의 연기 철학이 담겼다.
“어깨는 파워 숄더는 아니지만 각이 졌으면 했어요. 핏은 잘 맞지만 여성성은 놓지 말자 했고요. 그런 게 의상을 통해 잘 표현이 된 것 같아요. 사무실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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