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입니다.
문 고문은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를 강탈한 장물'이라며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를 부산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자들이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실으려 하자 회사 측에서 신문발행을 중단시킨 상태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을 맡았지만, 지금은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모든 권력을 동원해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으로 안다."
그러자 문 이사장은 오늘 트위터에 또다시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착한 물건으로 바뀌나요?'라고 반격했습니다.
현재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은 최필립 씨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박 위원장을 도울 만큼 박근혜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정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정수장학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걸까요?
아니면 문재인 고문이 무리한 억측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어쨌든 이 문제는 오는 24일 부일장악회 설립자인 김지태 씨의 유족이 강탈당한 재산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의 1심 판결을 계기로 당분간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듯합니다.
사실 문재인 고문이 갑자기 정수장학회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앞서 말한 대로 부산일보 파업 때문입니다.
문 고문으로서는 부산일보 노조의 지지가 필요했고, 박근혜 바람이 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때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앞서 가다 막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두 차례 부산에 다녀가고 나서 역전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떠올랐던 것일까요?
문재인 고문의 날 선 공격에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어제 문 고문과 친노 세력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폐족 얘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스스로 폐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이 다시 모여서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 국민의 심판을 받은 친노 세력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자격이 없다는 반문인 셈입니다.
친노 세력이 한미 FTA를 추진하고 체결까지 하고선 이제 와서 폐기 운운하는 것에 대한 집요한 공격도 엿보입니다.
민주통합당은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진표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우리 국민이 왜 이토록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분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난 4년간 부패와 무능으로 나라를 엉망진창 만들 동안 박근혜 위원장은 어디서 뭘 했냐?"
그러면서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부터 퇴임시키고 재단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갑자기 친노세력의 폐족 얘기를 꺼낸 것 역시 문재인 고문과 부산의 친노 바람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고문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양자 대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문재인, 문성근, 김경수로 이어지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친노 바람도 새누리당으로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패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번 총선은 이미 박근혜와 문재인의 대선 전초전으로 바뀐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격한 대립 뒤에는 안철수라고 하는 무시 못할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교수와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안 원장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안철수 교수는 야권 후보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많은 사람은 순간 멍해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박 위원장과 연대할 가능성도 작지만, 그렇다고 안 교수가 반드시 문재인 고문과 동지적 관계로 갈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고문이 수차례 안철수 교수에 대한 연대를 강조했지만, 정작 안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한 적도 없습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문재인 고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안 원장과는 정권교체와 정권교체 이후의
새로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 목표가 거의 같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경제분야에서만
안 교수는 박근혜 위원장과 문재인 고문, 두 사람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아니 어쩌면 안 교수가 제3의 조력자가 아닌 직접 선수로 뛸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근혜 위원장 말대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정치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