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왜 또 수석'과 '또 와 수석'이란 말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왜 또 수석'은 이정현 정무수석을 말하는 것이고, '또 와 수석'은 조원동 경제수석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정현 정무수석에게 '왜 또 수석'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뭘까요?
'불통' 이미지가 강한 청와대에서 기자들이 취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웬만한 수석들은 얼굴도 잘 비치질 않고,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각종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이정현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거는데, 이 수석은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기자들 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곤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왜 또?'
재밌습니다.
하루에 수십 번 전화를 거는 게 기자들입니다.
어쩌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이정현 수석은 그 귀찮은 기자들 전화에 일일이 응대한다고 합니다.
말하는 도중 곧잘 흥분하는 이 수석이 기자들 전화를 받으며 '왜 또?'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왠지 흐뭇한 웃음이 납니다.
지난해 이정현 수석이 MBN 뉴스M에 출연해 했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공보단장(2012년 9월24일 뉴스 M)
- "딸로서가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인으로서 박근혜가 박정희를 평가하는 참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쉽지 않은 자식이 부모를 평가하고 그것도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고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오늘 그러한 과오들을 진솔하고 분명하게 종합적으로 지적했고 또 사과도 했습니다."
이 수석은 인수위 정무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간 뒤로는 방송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자들을 피하지 않고 일일이 응대한다고 하니 기자로서 기분은 좋습니다.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또 와 수석' 별칭이 붙은 이유는 뭘까요?
조 수석은 지난 3월27일부터 4월1일까지 엿새 동안 청와대 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을 4번이나 찾았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조 수석이 지난달 27일 기자실을 찾은 것은 다음날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정책점검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또 기자실을 찾아 회의의 배경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두 명씩이나 있는 청와대 대변인에게 맡겨도 될 법한 일정 소개를 바쁜 경제수석이 직접 와서 했다는 겁니다.
조 수석은 그 다음 날 또 춘추관을 찾아 올해 경제성장목표를 2.3%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올해 우리나라도 '재정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조 수석이 기자실을 자주 찾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는 '또 와?'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고 합니다.
친절한 조 수석의 설명을 잠깐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조원동 / 청와대 경제수석
- "세수결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올해 하반기에는 소위 말하는 한국판 재정절벽 같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기자들이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자주 거는데도 친절히 응대하는 이정현 정무수석의 모습이 어떤가요?
또 기자들이 귀찮을 정도로 자주 오는 조원동 경제수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안의 중요성 여부를 떠나 청와대 수석들이 언론과 자주 접촉을 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기류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4강 대사 명단 유출과 청와대 대변인의 17초 사과에 대해 격노했다고 합니다.
김 행 대변인의 대독 사과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 행 / 청와대 대변인
-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
정말 딱 '두 줄짜리' 17초 걸렸습니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장차관 고위 공직자 줄 낙마 사태에 대해 김 행 대변인을 통해 사과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언짢아했던 것일까요?
박 대통령이 최근 주요 정책에 대해 당과 사전협의하고, 사전 양해를 구하고, 사전 동의를 구하라는 3대 원칙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정현 수석은 지난달 30일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당·정·청 협의가 늦어졌고 그동안 당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미흡했다. 앞으로는 겸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정책을 당에 사전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는 걸까요?
'불통', '나 홀로'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 대신 이제는 '소통'과 '사전 이해'라는 친절한 이미지로 바뀌는 걸까요?
어쨌거나 청와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청와대에 '왜 또 수석'과 '또 와 수석'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MBN 시사마이크(월~금, 오후 2시45~4시45분)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