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는 2003년 미국에서 결성된 국제해커 그룹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나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 애플 등을 공격해 전산망을 마비시키거나 기밀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국제해커그룹이 이번에는 북한을 정조준했습니다.
어나너머스는 지난달 북한의 5개 사이트 해킹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세계 평화의 위협이 되고 있다며, 김정은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핵위협을 중단할 것, 그리고 북한에 자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도 요구했습니다.
이들의 경고는 결코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죠.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의 메인 화면입니다.
저팔계로 합성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100만 달러 현상수배하는 사진입니다.
밑의 설명은 백성이 굶주리는 동안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에 돈을 낭비하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해킹당한 것입니다.
어나너머스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표적인 북한 사이트인 '우리 민족끼리'의 회원 9001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이름과 주민번호까지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문제는 이 명단에 남측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보수성향의 네티즌들은 공개된 정보로 신원을 추적해 통합진보당 당원, 민주노총 당원, 전교조 교사, 대학교수 등이 우리 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가 벌어지는 셈입니다.
그냥 단순히 호기심에 가입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쩌를 면 정말 북한을 찬양해 가입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 정보를 취합하는 정보원들도 가입했을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인터넷에서는 우리 민족끼리 회원으로 의심받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간첩이 많다니?"
"모두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후 이북으로 추방하자!"
"죄수 번호 000"
이들은 이를 '종북 리스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이트 가입이 가명으로 가능해 단순히 명단에 나왔다고 인물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단순 가입이 아니라 게시물을 퍼 나르거나 이적 표현물을 게시한 사실이 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입니다.
그럼 여기서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지 김정범 변호사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1. 김 변호사님, 우리민족끼리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인가요?
2. 그렇다면, 회원 명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요?
3. 국내 거주자가 북한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조건 국가보안법 위반인가요?
4. 동명이인이거나 억울하게 누명을 받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아요?
5. 실제 회원이든, 억울한 사람이든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면 명예훼손 대상이 되나요?
6. 그런데 해커들이 불법으로 수집한 자료가 정식 수사에서 활용될 수 있나요?
7. 회원들의 이적 활동 여부를 확인하려면 사이트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한데, 서버는 국내에 없잖습니까? 수사의 어려움이 있겠군요.
통합진보당과 전교조, 민주노총 측은 해킹 사건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확인된 것도 없다며 단체 이름이 거명되는 것 자체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할까요?
어쨌든 어나니머스는 북한 김정은에게 사이버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행동을 할까요?
이들은 자신들이 미국 정부의 의견 또한 동조하지 않으며, 이것은 나라 대 나라의 대결이 아닌 일반시민 99%(북한, 미국) 과 정부(북한정부, 미국정부)의 대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들이 북한 주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니 겁먹지 마라"
"우리는 인터넷으로부터 온 좋은 친구들이다."
전문가들은 어나너머스가 북한 사이트를 해킹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내부에 동조자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체제에 반기를 든 누군가가 해킹을 도왔다는 뜻입니다.
북한 내에 반란의 움직임이 있는 걸까요?
북한은 해킹당한 사이트 접근을 급하게 폐쇄했습니다.
어나너머스가 어떤 단체인지를 떠나 그들이 북한을 어떻게 압박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3천 명의 사이버 테러 정보 전사를 하고 있으면서도 무명의 해킹 그룹에 당한 북한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