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어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 상정해 처리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집단 퇴장도 해봤지만, 표결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안그래도 막혔던 정국이 이제는 갈데까지 가보자는 극한 대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전면적인 국회 일정을 중단시켰습니다.
김한길 대표의 말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 "오늘부터 의사일정 중단한다. 민주당이 일당독주 들러리로 전락할 순 없다. 안하무인식 작태 벌이는 집권세력 횡포 차단할 유일한 길이다. 임명동의안 날치기는 의정사 없었던 일이다. 천재지변 등에만 가능한 직권상정 빌미로 폭거를 일으켰다. 국회를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시킨 청와대와여당은 부끄러운 줄 알라."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어제 안건 상정은 직권상정도 아니요, 정상적인 표결절차였고, 여기에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그런 상황이라는 걸 다시 말씀드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결국 국회일정 전면거부를 선언했다. 장사로 따지면 곧 문을 닫아야 할 마당에 다시 시장을 열자고 하는 꼴이 됐고, 결국 마비국회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어렵사리 열었습니다만 또다시 문을 걸어 닫겠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연말까지 냉전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예산안 처리는 어떻게 되나요?
설마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올까요?
새누리당과 민주당 내 강경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끝까지 해보자는 의견을 펴기도 합니다.
준예산 편성 사태가 오더라도 결국 민심은 우리 편이고, 저쪽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민생을 담보로 갈데까지 가보자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여야의 극한 대치는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의 대치도 보입니다.
대선 1년이 지났지만, 두 대선 주자의 2라운드가 시작된 느낌입니다.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세력과 종북몰이를 하는 세력이 나눠져 서로 대립하는 듯합니다.
1년 전 박 대통령과 1년 지난 지금, 박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작년 11월27일)
- "또다시 갈등과 분열의 실패한 과거로 돌아가겠습니까?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는 준비된 미래로 가겠습니까? 지금 야당후보는 자신을 폐족이라고 불렀던 실패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작년 11월28일)
- "박근혜 후보는 과거 5.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그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5.16 유신을 잘한 일이다, 구국의 결단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역사 인식을 하고 민주주의 할 수 있겠습니까?"
▶ 박근혜 대통령(11월25일 수석비서관회의)
-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어제)
- "천주교 미사에서 했던 사제의 강론에 대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한다고 하는데 아마 세계적으로 비웃음거리가 되고 또 전 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부끄러운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문 의원과 민주당은 종북몰이에 대한 비판이 대선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북몰이에 대한 비판 속에는 분명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있기에, 문 의원의 말을 '대선불복'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1대 48.
그 치열했던 대선의 승패가 다시 재연되는 것일까요?
여야의 극한 대치, 그리고 박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의 대립각.
이 상황을 안철수 의원은 또 기가막히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어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때 민주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 의원은 남아서 표결했습니다.
찬성표가 154표 나왔는데, 새누리당 전체 의원 153표 외 한 표가 혹시 안 의원이 표일까요?
안 의원은 국회가 임명동의안 처리로 고성이 오갈게 예상되는 어제, 신당 창당계획을 밝혔습니다.
1년 전 울먹이며 포기했던 새정치에 대한 꿈을 마침내 드러냈습니다.
1년 전과 지금 안 의원의 모습을 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작년 11월23일)
-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오늘)
-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오늘 그 첫 걸음을 디디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창당 일정이나 계획 없이 여전히 모호한 정치 선전 문구를 늘어놓았지만, 민심은 지난 대선처럼 안 의원에게 우호적입니다.
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7%포인트)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37.9%)에 이어 2위(27.3%)를 기록했다. 민주당(12.1%)은 3위로 뒤쳐져 있습니다.
창당도 하지 않은 당 지지율이 50년 전통의 제1야당을 2배 이상 앞지르는 셈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강경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안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그리고 안철수 의원.
이 세사람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은 어쩌면 지난 대선에서 끝난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되는 진행형일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숙명이었나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