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장성택 측근 망명설입니다.
지난 9월경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금고지기가 중국으로 망명했다는 겁니다.
이 금고지기는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 때문에 화가 난 김정은이 장성택을 조사했고, 그를 내친 배경이 됐다는 겁니다.
어제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어제 시사마이크)
- "9월 중순에 장성택 사건의 발단 자체가 거기서 시작됐다고 보는 거죠. 장성택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데, 그 통치자금을 들고 뭔가 장성택의 권력이 기운다는 것을 느끼고 중국으로 도망가 우리 당국에 망명을 요청했다. 그게 내용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 그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라오스 라인으로 데려오려다 실패했고, 중국도 알고 있고, 미국도 알고 있고, 한국 미국 중국이 그 사람 신병을 확보하려 하는데 북한은 중국을 통해 우리 쪽으로 돌려보내라 하고 있는데, 신병은 현재 우리 당국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홍현익 박사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장성택 실각을 알게 된 시점이 9월 중순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금고지기의 망명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성택이 이미 1년 전부터 북한 권력게임에서 밀려났다는 얘기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장성택의 실각을 예측한 그의 측근이 김정은의 해외 비밀계좌 정보 등을 갖고 중국으로 도망간 걸까요?
그래서 김정은 화가 나 고모부까지 거침없이 숙청한 걸까요?
우리 당국은 이 금고지기의 망명설에 대해 공식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측근 망명설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류 장관이 어제 국회 외교통위원회에서 한 말입니다.
"저희가 알기에는 (측근 망명이)없는 것으로 안다. 민간에서 나오는 얘기들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다"(류길재 통일부 장관)
이와 비슷한 또 다른 망명설도 있습니다.
장성택의 측근이자 김정은의 금고지기인 인물의 망명이 아니라, 핵개발 자료를 쥔 인물의 망명이라는 겁니다.
이 인물은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노동당 행정부 소속으로, 인민군 고위장성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측근 인사가 가지고 나온 문서는 북한의 핵시설 정보와 함께 북한이 확보하고 있는 핵물질 관련 정보가 대거 담겨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김정은 비자금 장부도 이 측근 인사가 갖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이라면 어마어마한 일이 터진 겁니다.
북한을 떠받치는 양대 축은 김정은의 통치자금과 핵무기입니다.
그 민감정보 두 개가 모두 서방에 넘어간다면 김정은 체제의 붕괴, 나아가 북한의 붕괴는 급속히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금고지기와 관련해서는 또 다른 설이 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오늘 보도한 내용인데, 장성택의 측근이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리수용 노동당 부부장이 처형됐다는 겁니다.
당 행정부 이용하 제1부부장이나 장수길 부부장 외에 리수용 부부장 등 과장급 2명이 더 처형됐다는 겁니다.
리 부부장은 1988년에 스위스대사로 임명됐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유학 중에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이철이라는 이름으로 스위스에 머물면서 현지에 숨긴 김 국방위원장의 자금 약 40억 달러(약 4조2천020억원)를 관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장성택 실각은 측근 망명 때문이 아니라 쿠데타를 기도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주로 탈북자들 중심으로 퍼지는 설인데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강명도 경민대 교수와 안찬일 세계북한인권센터 소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강명도(강성산 전 북한 총리 아들)
- "장성택이와 같은 사람을 무슨 비리나 무슨 반당을 했다는, 그런 건 구실에 불구하고, 여자 좋아하고, 인민 경제 막대한 손해 이런 것은 말도 안 돼요. 인민 경제 막대한 손해 끼쳤으면 김정일 김정은도 부터 손 떼야죠. 그건 말도 안 되고. 쿠데타 음모가 있었어요. 실제로. 장성택이 자기 세력 모아서 김정은이 말 안 들으면 치려고 했어요. 그게 발각 나서, 이건 총살형보다 더 가혹한 처형이 출당하고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한 겁니다. 처형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기 세력을 확장해서 김정은을 몰아내려 했어요."
▶ 인터뷰 : 안찬일 /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수하 25명 정도를 데리고 술판을 벌였는데 거기서 북한에서 해서는 안 되는, 10대 원칙에 어긋나는 말을 함으로써…."
쿠데타 설과 관련해서는 김정은과 부딪히던 장성택이 중국과 마카오를 떠돌던 김정은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옹립하려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장성택의 비호 아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의 후견인이 사라진 마당에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더불어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역시 신변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김한솔이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로 언급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한솔 / 김정남 장남 (지난해 10월)
- "삼촌(김정은)을 만난 적이 없고, 어떻게 독재자가 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할아버지(김정일)와 삼촌(김정은) 사이의 일이니까요."
김정남과 그의 아들 김한솔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까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쿠데타는 아니라는 반박도 있습니다.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군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김정은이 지난 2년 동안 물갈이를 통해 자기 사람들을 대거 군 요직에 배치했기 때문에 쿠데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요?
무엇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북한은 아랑곳없이 '장성택을 죽일 놈'으로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여론몰이 모습을 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선옥 / 평양 주민
- "장성택 놈이 과연 어떤 놈입니까? 경애하는 대원수님들의 사랑을 누구보다도 더 많이 받은 놈이 아닙니까?"
▶ 인터뷰 : 리명송 / 평양 주민
- "장성택 일당이 뭐기에 우리 당을 반대해서 쏠라닥질(분파행동)하고 감히 최고사령관의 명령까지 거부하다니…."
"당장이라도 장성택과 그 일당의 멱살을 틀어잡고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의 리영성 열관리공)
"그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강선으로 보내달라, 저 전기로 속에 몽땅 처넣고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려도 직성이 풀리지 않겠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진영일 직장장)
이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누가 감히 장성택을 옹호할 수 있겠습니까?
이 사진을 한번 보시죠.
장성택이 지난 8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끌려나가는 모습인데,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인물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입니다.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졌는데, 차마 장성택이 끌려가는 모습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사진 왼쪽에서 고개를 숙인 남성도 아마 장성택 측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성택의 측근들은 김정은의 공포 통치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공포심이 과하면 반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공포심을 이기는 저항이 싹틀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의 체제 2년,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