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은 어떨까요?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볼까요?
2011년 9월6일.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며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는 산에서 내려온, 수염이 덥수룩한 박원순 변호사에 후보를 양보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011년 9월6일)
- "저에게 보여주신 기대 역시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여깁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2011년 9월6일)
-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기 힘든 이런 결론을 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날 언론들은 50%의 지지율을 받던 안철수 교수가 5%의 지지율에 불과한 박원순 변호사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한 배를 탄 정치적 동지임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민후보였던 박원순 변호사는 이후 민주당에 입당했고, 안철수 교수는 대선 후보로 나가면서 조금 씩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서로에 대한 신의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박 시장은 '안 의원에게 빚이 있다고 말했고', 안 의원은 '빚은 이제 없다'고 말하는 훈훈함까지 보였습니다.
그러나 냉엄한 정치 현실은 두 사람에게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나와 손 잡을 것인가? 아니면 각자 갈 길을 갈 것이냐?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아닌 새 정당을 표방한 안철수 의원은 박 시장이 함께 해 주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민주당을 떠날 수 없다며 안 의원의 제안을 뿌리쳤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2013년 6월3일)
- "박원순 시장은 새 정치를 하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서울시장(2013년 10월24일)
- "민주당을 탈당해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건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이런 행보가 차기 대선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대선에서 마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며 안 의원을 안심시켰습니다.
'나는 대선에 관심 없다. 그러니 내가 서울 시장 재선할 수 있게 도와달라' 뭐 이런 메시지를 안 의원에게 준 것일까요?
그러나 안철수 신당의 창당이 임박해 오면서 상황은 복잡해졌습니다.
안철수 측 새정치추진위에서는 무조건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장하성 교수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어제 MBN 시사 마이크에 출연했던 윤여전 새정추 의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윤여준 / 새정추 의장(어제 시사마이크)
-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 사이에는 오랜 친분이 있어서, 만약 선거가 벌어져 우리가 후보를 낸다면 두 분은 피차 괴롭겠죠. 개인적으로는. 그러나 정치나 선거라는 것은 개인적 어려움을 많이 갖게 만들어요. 그러나 지금은 정치적 입장이 확연히 다르니 이걸 어쩌겠어여. 그런다고 두 분 사이가 금이 가겠어요? 저는 그렇게 안 봅니다."
안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것은 이미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쯤되면 대선에 관심이 없으니,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던 박원순 시장의 부탁을 안 의원이 뿌리친게 되는 걸까요?
박 시장과 안 의원이 이 일로 사이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치는 알 수 없는 겁니다.
새정추가 후보를 낸다면 박 시장의 재선가도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급해진 박 시장은 어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안철수 의원과 저는 새로운 정치라는 접점이 있고, 신뢰관계가 아직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주 뵙진 못했지만 기회를 만들어 뵙겠다"(박원순 서울시장. 13일 인터뷰)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어쩌면 민주당에게는 새누리당보다 더 미운 존재가 될 지 모릅니다.
민주당 배를 타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결국 안 의원을 경쟁자로, 적으로 만나게 될 지 모릅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신뢰 관계는 여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요?
지방선거를 지나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하는 안철수 의원.
이번 선거에서 자의반 타의반 민주당의 호위무사가 돼버린 박원순 시장.
6월은 두 사람에게 잔인한 계절이 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