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목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돗개와 국수를 예로 들며 정부·여당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에서 어민이 1차 피해자가 아닌 2차 피해자라고 한 윤진숙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최고위직들의 잇단 망언으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유일한 자연계 수능 만점자가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 낙방해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1. 진돗개와 국수
-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청와대에서 이미 두 마리나 키우고 있고 예전부터 유별나게 아껴온 진돗개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습니다. 어제 2년차 첫 업무보고에서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국무조정실에 이 진돗개가 되라고 말했습니다. 불독이 더 무섭게 생겼고 사납지만, 진돗개는 한 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는 겁니다. 이름하여 '진돗개 정신'인데 사생결단식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루라는 당부였습니다.
진돗개에 이어 등장한 비유는 '국수'였습니다. 추운 겨울에 더욱 생각나는 국수, 당연히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습니다. 나온 지 한참 돼서 불어터지고 텁텁한 국수는 아무도 먹지 않을 겁니다. 박 대통령이 국수를 언급한 이유는 불어터진 국수가 맛이 없듯, 타이밍이 지난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진돗개가 정부 부처의 각성을 강조한 말이라면, 국수는 바로 국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과제들이 국회에서 빨리빨리 처리돼야 국민들이 따끈따끈한 국수를 먹을 수 있는데, 자꾸 국회에서 발이 묶이니 막상 국수가 나오더라도 이미 불어터져 효과가 작다는 겁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진돗개와 국수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동시에 강력한 주문을 내린 셈입니다.
2. 2차 피해자
- 이번 여수 기름유출 사고, 1차 피해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가만히 있던 송유관이 망가져 막대한 기름이 날아간 GS칼텍스도 속이 쓰리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해양수산을 책임지는 장관이라면, 또 그게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들 앞에서라면, 삶의 터전을 뺏긴 어민들이 1차 피해자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윤진숙 장관은 좀 다른 인식을 보여줬습니다. 어제(5일) 사고 관련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말한 겁니다. 답변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뭘 해야 한다고 하면 즉각 "하고 있습니다." 받아치기 일쑤였고, 억울하다는 듯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전날 박 대통령이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 데 반발이라도 하듯, 정부는 최선을 다해 초동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장관은 지난 1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서도 피해 어민의 항의를 받다 박장대소를 하는가 하면, 마치 악취를 피하려는 듯 코와 입을 막아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국민도 책임이 있다고 말해 대통령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이어 윤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3. NHK
- 닛폰호소쿄카이, 우리 말로하면 일본방송협회입니다. 앞글자만 따서 영어로 쓰면 바로 NHK, 일본의 공영방송입니다. 이름에서부터 공공성이 느껴지는데, 요즘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고위직들의 잇따른 망언 때문입니다.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이 취임기자회견에서 "전쟁 지역에서는 어느 곳이든 모두 위안부가 있었다"는 망언을 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경영위원들의 망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 사이타마대 명예교수는 지난 1993년 자살한 극우 테러범, 노무라 슈스케를 예찬하는 추도 글을 지난해 10월 발표했습니다. 노무라는 당시 극우 단체를 비판한 기사에 불만을 품고 아사히 신문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하다 권총으로 자살하면서 천황 폐하 만세를 3번 불러 일본 극우파의 영웅으로 꼽히는 사람입니다. 하세가와 교수는 추도 글에서 천황 폐하 만세가 울려 퍼진 당시 일왕이 다시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썼습니다. 제국주의 때나 쓰던 말을 21세기에 공영방송 최고위직이 한 겁니다. 또 다른 경영위원인 햐쿠타 나오키도 최근 난징대학살은 조작됐다는 망언을 해 중국의 분노를 샀습니다. NHK 설립 근거가 되는 일본 방송법 7조에는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NHK가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이 조항을 '공공의 복지'가 아니라 '일본의 이익'이라는 말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4. 수능만점 낙방
- "일단 엄청 아쉽다. 붙을 것처럼 행세하고 다녔던 게 부끄럽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대 의대에 불합격한 전봉열 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이로써 서울대 의대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 세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사실 전 씨가 이번 자연계 수능에서 유일하게 542점 만점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전 씨의 서울대 의대 합격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수능 만점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서울대 측의 속내가 궁금하지만, 지원자의 불합격 사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의 정시모집 전형 내용을 보면 슬며시 '그럴 수도 있겠다'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수능은 60%만 반영되고, 학생부 성적 10%, 구술면접 30%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수능의 경우 어차피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험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술면접에서 성패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무려 70분 동안 6개의 방을 돌면서 프리젠테이션과 상황극 등을 해야 합니다. 전 씨는 수능 100% 전형인 연세대 의대에는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쨌든 수능 만점자의 낙방 사례로, 수험생 사이에서 구술면접 과외가 성행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