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환영하는 사람들, 불편한 사람들, 떠나는 사람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천차만별입니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야권 세력 모두가 통합을 환영할 것이라 믿었을까요?

굳이 여권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당면한 정치현실 앞에서 통합을 반기지 않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먼저 어제 통합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말, 그리고 새누리당의 반응부터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연합 의원(어제)
- "양측은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새정치를 위한 신당 창당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정권교체를 실현한다. 신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이행하고,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타파하기 위해 정치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 "한국 정치의 대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저는 1여2야의 정치 구조를 1:1의 구도로 바꾸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어제 통합 선언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실망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렸길 희망한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봄이 돼서 그런지 짝짓기와 야합이 성행하는 거 같다(의원들 웃음소리) 기업 M&A식 신당 창당 선언에 민당 내에서도 질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공식 반응이 아니더라도, 이 사안이 갖는 무게감만큼이나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릅니다.

우선 통합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입니다.

세 사람의 반응입니다.

"새정치와 국민통합을 염원하는 국민의 여망에 응답한 것이다"(박원순 서울시장)

"양쪽의 합의로 김상곤 교육감의 출마를 위한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측)

"매우 좋은 결정이다. 야권이 힘을 합치게 된 만큼 국민이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송영길 인천시장)

야권 분열로 위기감을 갖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그리고 민주당과 안철수 새정치연합 사이에서 고심했던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날개를 단 격입니다.

물론 김 교육감은 민주당내 출마를 선언했던 김진표, 원혜영 의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해야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과 송영길 시장이 민주당 몫으로 나가는 만큼, 김 교육감은 안철수 몫으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김 교육감은 내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도 오늘 안철수 의원과 만나 통합 신당의 후보로 나갈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맞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은 불리해졌습니다.

어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과 경기지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 그리고 갑자기 휴가를 떠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어제)
- "야당이 선거에서 불리함 느끼고 한 일로 보이면서 국민에 대한 도리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 핵심은 지방선거에서 자리 서로 나눠갖자는게 핵심으로 보인다."

"승자독식 양당제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는데 되레 양당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돌아가버려 아쉽다"(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오늘 아침 휴가를 신청했다. 거듭되는 출마요청과 현재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그러나 꼭 새누리당 후보들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차피 선거가 임박하면 1대1 구도가 예상됐고, 승부 역시 49대51의 박빙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야권이 신당을 만들면 결국 새누리당 대 민주당의 옛날 구도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부산시장 선거구도는 새누리당에 유리해질 것이다"(서병수 새누리당 의원)

지방선거 출마자들만 이번 통합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안철수 의원이 큰 틀의 민주당 내로 들어오는 만큼 2017년을 향해 뛰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미묘하게 엇갈립니다.

먼저 문재인 의원은 통합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속내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단일화 협상을 하면서기초공천 폐지를 포함해서 민주당과 함께 새정치를 추진하자는데 합의했던 바 있다"(문재인 의원)

지난 대선때 안 의원과 합의한 것이 뒤늦게 이뤄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당시 통합이 이뤄졌다면, 문재인 의원은 민주당 조직을 등에 업고 능히 안철수 의원 세력을 흡수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통합 신당에서는 문재인 의원 쪽이 안철수 의원 쪽을 압도적으로 누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민주당 내 비노 세력이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는다면, 문재인 의원과 친노세력에게는 버거운 경쟁이 될 수 있습니다.

통합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문재인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안철수까지 등장했으니 더 힘겨워진 손학규 고문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번 선언이 지방선거에서 손쉽게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적 선택이 아님을 두 정치 세력은 뼈를 깎는 성찰과 각오를 통해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손학규 민주당 고문)

문재인 의원도 그렇고, 손학규 고문도 그렇고 이런 이유로 통합을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우니, 속내가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통합에 실망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안철수 의원에게 실망한 새정치연합의 창당 주역인 윤여준 새정치연합 의장과 김성식 공동위원장입니다.

윤 의장은 통합을 강하게 반대했으며, 지금까지 전화기를 꺼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싫어서 새정치연합으로 넘어온 사람들은 한마디로 '멘붕'인 상태인데,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김성식 공동위원장 역시 통합신당에 불참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어 우리 정치 구조 자체를 바꿔보려는 저의 꿈이 간절했기에, 그 꿈을 나누는 과정에서 쌓은 업보는 제가 안고 가야 하기에 저는 고개부터 숙이고 오랜 기간 홀로 근신하고자 한다"(김성식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안철수 의원이 삼고초려 끝에 모신 윤여준 의장과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그렇게 안 의원 곁을 떠나는 걸까요?

지금까지 선거공학적으로 통합을 바라보는 이해득실을 따져봤습니다.

물론 황새의 뜻을 뱁새가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많은 국민이 통합을 뱁새의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에 대해 기대를 하는 사람보다, 실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안철수 의원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