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자원외교비리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 9일 이후 12일만에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일명 ‘성완종 리스트’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며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인터뷰 내용에는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각각 10만달러와 7억원을 줬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적시했지만, 이 총리의 경우에는 이름만 등장했을 뿐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금품 수수 논란으로 불거졌다.
또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태안군의회 의원들을 만나 이 총리에 대한 서운함을 표했고, 이 총리는 태안군의원들에게 15차례나 전화를 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이 총리에게 관심이 쏠렸다.
이 총리는 13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당시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당시 이 총리가 지원 유세에 참여했다는 사진이 공개돼 이 총리를 곤혹스럽게 했다.
또 이 총리는 충청포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충청포럼이 총리 인준 과정에 이 총리를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 수천장을 충청지역에 내거는 등 이 총리를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총리는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총리직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내놓겠다”며 초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이 2013년부터 20개월 동안 23차례 이 총리를 만났다는 내용의 비망록도 공개됐다.
2013년 4월 재선거를 앞두고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성 전 회장의 차안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나는 칸막이안 테이블에 올려놓고 왔다는 성 전회장 측 인사의 진술도 나왔다.
성 전 회장의 전 운전기사 등으로부터 “선거사무소에서 두 사람이 방에서 따로 만났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상황은 이 총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렇지만 이 총리는 당시 성 전 회장을 만났는 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성 전 회장을 독대한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순방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박 대통령이 출국 직전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김 대표를 만났는데, 순방을 앞두고 국정 2인자인 이 총리가 아닌 김 대표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압박하기에 이르렀고, 친정인 새누리당에서 이 총리 조기 퇴진으로 입장을 정하자 결국 이 총리는 지난 2월17일 취임한 지 2개월여만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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