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기로에서 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에게 활로가 있을까요?
그 활로를 찾기 위해 문 대표가 꺼내 든 카드는 '읍참마속'과 '육참골단'인 듯합니다.
오늘 아침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 국민이 바라는 혁신위해 고통스런 길도 마다치 않겠다. 저 자신부터 기득권내려놓고 육참골단의 각오로 임하겠다."
육참골단은 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집권하기 위해 자신의 살을 베어낼 각오가 됐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베어낼 살은 바로 친노 배척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친노는 없다고 했지만, 더 이상 노무현의 이름 앞에 친노와 비노를 얘기하지 말자 했지만, 사람들이 친노가 있다 말하니 그 세력을 배척하겠다는 겁니다.
당장 핵심인 김현미 대표 비서실장과 양승조 사무총장,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 등이 사표를 냈습니다.
모두 문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로 이들은 지난주 일괄 사표를 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도 친노계 인사들은 대거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친노계 의원들에게는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육참골단의 대상자가 과연 친노뿐일까요?
친노를 참하는 걸로 끝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육참의 대상은 비노와 호남 중진의원들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 가능성은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말에서도 느껴집니다.
▶ 인터뷰 : 김상곤 / 혁신위원장
- "지금 저는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권력을 소유하겠다는 패권과 개인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민주연합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혁신위원회의 활동 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계파의 모임 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합니다.
혁신위원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은 포괄적 개념으로, 비노 역시, 호남 세력 역시 하나의 실체로 존재하는 계파입니다.
그들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가로막는 세력일 수 있습니다.
이들 또한 육참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기 살점을 내놓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당장 호남 출신 의원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쇄신과 육참의 출발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방인 호남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스스로 살점을 베어낸 친노들은 호남 의원들에게도 같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원 의원은 획일적으로 호남 출신 또는 486을 물갈이 대상으로 삼을 경우 또다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진 의원들의 반발도 있습니다.
3선의 유인태 의원은 과연 17대 국회에 108명의 초선 의원이 등장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생겼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들이 거세게 반대한다면 육참은 무위로 끝날 것이고, 적의 골단은 커녕 스스로 만신창이만 될 것입니다.
읍참마속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은 어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당직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같은 당 선배 의원에게 '공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 정도 징계에 해당될까요?
이종걸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우리는 동지를 사랑한다. 의원 한 분의 무게와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너그러움도 품고 있다."
동료애가 징계의 판단 기준이었다면, 조경태 의원에 대한 징계는 또 어떻게 될까요?
당 안팎에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정청래 말 한마디에 자격정지 1년. 풉, 분위기 살벌하네요" 라며 "그에 대한 징계는 과도하고, 심지어 부조리해 보입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무능하면 착하기라도 해야지! 무능하고 못되고 옹졸하다"며 "복권 기대했던 내가 바보다."라고 썼습니다.
이런 중징계를 내린 윤리심판원 사람들을 기억하자라는 말도 있습니다.
최종 결정은 문재인 대표가 주재하는 당무위원회에게 결정됩니다.
문 대표가 이를 수용할까요?
읍참마속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문 대표가 중징계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지자들로부터는 비난을 받겠죠.
거부할 경우 비노계가 또 다시 들끓을 겁니다.
문 대표로서는 또 다시 고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읍참마속과 육참골단,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리 됐을까요?
역설직이게도, 상황을 이리 만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 잘못이 아니라고 지금도 말하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