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두원의 Mil톡
지난 7월 군은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의 발사시험에 성공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고 LIG 넥스원이 생산한 ‘천궁’은 공중으로 날아오는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초부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개발에 착수했고 프로젝트 이름은 ‘철매 2’라고 알려졌다. 지대공미사일은 요격미사일, 발사대, 통제실, 레이더로 구성돼있는데 이들 요소가 정확하게 연동돼야 요격에 성공할 수 있다.
천궁’에 사용된 미사일 유도방식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한 기술이다. 그런데 천궁의 요격미사일과 탐지레이더 시스템을 보면 러시아의 방공무기체계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설왕설래하던 3차 불곰사업의 속살이 살짝 드러난 것이었다.
군의 소식통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무기체계를 많이 들여왔고 기술도입도 미국 등 서방에서 주로 파트너를 구해왔다”면서도 “러시아와 비공개로 무기관련 기술을 도입한 것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불곰사업은 원래 노태우 정부 때 구 소련에 제공했던 차관을 실(주로 무기)로 돌려받는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냉전시절 미국과 자웅을 겨뤘던 소련의 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서방측도 인정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술 도입 분야가 바로 우주발사체 기술이다. 나로호(Korea Space Lauch Vehicle·KSLV) 제작은 러시아에 추진체(엔진) 기술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체계도입 특히 기술을 들여오는 것은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비공개가 원칙이다. 러시아는 사회주의권 국가 핵심 군사기술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을 거론하기는 해도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입장이다.
정부가 기술도입 과정에서 구체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최근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서도 목격됐다. 방위사업청은 미국으로부터 전투기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다고 계속 밝혀왔으나 ‘핵심 4대 기술’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입장을 공개하지는 않아왔다.
그러다가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을 공식 불허하자 뒤늦게 “유럽 등 제3국과 협상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협상 전략상 밝힐 수 없었다”고 둘
‘천궁’ 미사일이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됐는지 여부를 정부 차원에서 확인해줄 지는 미지수다. 한국형 전투기에도 미국, 유럽, 이스라엘, 더 나아가 러시아의 기술이 포함됐는지는 실제 담당자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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