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여야간 정쟁으로 공전을 거듭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처리도 표류하고 있다. 일각에서 법안 폐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의 현실화도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 무슨 내용 담았나
금융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 개혁 중 하다. 기술력을 갖춘 창조기업이 시장에서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데서 자본시장법 개정의 논의가 시작됐다.
오랜 논의 끝에 지난 7월 한국거래소는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는다.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은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그 아래에 코스피 거래소, 코스닥 거래소, 파생상품 거래소를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코스닥 시장과 코스피 시장이 경쟁하면서 ‘2부 리그’ 수준으로 인식되는 코스닥 시장의 활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거래소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늘고 라인, 쿠팡, 넥슨 등 유망기업 들이 해외에 상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거래소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늘고 있다. 거래소는 해외진출, 신사업 발굴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IPO를 추진하고 향후 지분 교환 등을 통해 다른 해외 거래소들과 국제 협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들은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영돼 지난 9월 발의됐다.
◆‘산 넘어 산’ 국회 통과 먹구름
자본시장법은 당초 여야간 이견이 큰 법안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무난히 연내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은 지난 9일 마감한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당초 상장차익의 사회 환원 문제를 놓고 여야간 마찰이 있었지만 지난달 27일 여야 간사가 이 내용을 추후에 논의하자고 합의하면서 국회 통과가 가시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지주와 자회사의 본사를 부산에 둔다는 점을 법안에 명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두고 부산지역 의원들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면서 법안이 다시 암초를 만났다. 당초 개정안 원안의 부칙에 거래소의 지주사와 자회사 본사를 부산에 둔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정무위가 개정안에서 이를 삭제하고 대신 지주사의 정관에 이 내용을 담기로 하면서 부산지역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연내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간의 대립으로 아직 의사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이번 임시국회는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부턴 국회가 사실상 총선 모드에 돌입하게 돼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법안 폐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거래소 지주사 전환, IPO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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