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탈당 이후 결별을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 의원은 공개발언 단어 선택을 통해 각자의 정치 구상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는 ‘총선’과 ‘승리’를 애용하며 당대표로서 20대 총선을 이기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고, 안 의원은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문 대표는 당 내홍 탓에 ‘단합’ ‘통합’을 거듭 사용했다. 반면 안 의원은 신당 구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경제’ ‘인재’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이용했다.
매일경제는 안 의원 탈당 이후인 지난 13일부터 두 사람이 발표한 모두발언·기자회견을 분석해 ‘키워드’를 추출했다. 문 대표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28일까지 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을, 안 의원의 경우 13일 탈당 기자회견문과 21·27일 기자회견문을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가 ‘총선’과 ‘대선’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키워드 분석 결과 문 대표는 ‘총선’을 총 10번 언급했지만, 안 의원은 단 1번만 사용했다. 문 대표는 ‘총선’과 함께 ‘승리’라는 단어도 자주(12회) 애용했다. 안 의원은 반면 ‘정권교체’를 18회 사용했다. 문 대표는 ‘정권교체’를 3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안 의원이 제1야당 밖으로 나오면 대선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국민은 생각할 것”이라며 “안 의원도 그런 민심을 읽어 총선에서 몇석을 얻겠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큰 정치적인 그림을 기획하고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또 “문 대표의 경우 당장 눈앞에 총선이 다가왔고 선거를 책임하에 치뤄야 하니까 총선승리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사퇴론’에 시달리고 있는 문 대표는 ‘단합’(8회)과 ‘통합’(7회)을 거듭 언급하며 당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문 대표는 ‘공천’이라는 단어를 발언에 총 10회 사용했다. ‘공천’은 주로 ‘기득권’(5회)을 내려놓겠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등장했다. 당 지지기반인 ‘호남’(4회) 또한 문 대표 말 속에 녹아있었다. 문 대표는 이와 관련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호남 출신 공동선대위원장’ 카드를 추진하고 있다.
안 의원 발언 속에는 신당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가 자주 나타났다. 안 의원은 특히 ‘인재’(21회), ‘사람’(25회) 등을 애용했다. 안 의원은 지난 28일 “학벌 스펙으로 다듬어진 가공된 보석보다 묻혀있는 원석을 찾아 키우는 게 새로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표는 같은 기간 동안 ‘인재’라는 단어를 두 차례 언급했다. 정치 입문 때부터 새로운 정치를 주창했던 안 의원은 최근 들어서도 ‘낡은’(14회)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사용하며 ‘새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또 ‘대한민국’(21회), ‘문제’(26회), ‘미래’(10회), ‘희망’(7회) 등을 연설문에 녹이며 한국 사회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23회)를 특별히 강조했다.
문 대표는 당을 언급할 때 ‘우리당’(18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 대표 측은 “비공식 자리에서는 ‘저와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하실 때가 많은데, 공개석상에서는 일부로 ‘우리당’이라는 표현을 하신다”고 설명했다. 당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최근 들어 자신이 준비 중인 신당을 ‘새 정당’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신당’(4회)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지난 27일 기자회견 이후 ‘새 정당’(2회)으로 이를 대체했다. 이같은 성향은 지난 28일 열린 송년기자간담회에서 더욱 확실해졌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총 10회에 걸쳐 신당을 ‘새 정당’이라고 불렀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워낙 신당이
이날 안 의원은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안 의원은 “내 지역구인 노원병을 지킨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창당 이후 당에서 전략적 결정을 한다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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