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정권은 잡고 나서 장성택을 처형한 뒤 2인자 자리를 두고 최룡해와 황병서가 엎치락 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정은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판단되거나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그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비록 정권을 떠받치는 2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최룡해와 황병서도 언제 처형될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거거나 밉보이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실상이다.
극적인 부침을 보인 것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다. 최 비서는 현재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국가체육지도위워장을 겸하고 있다. 최룡해는 김정은 정권 첫해와 이듬해 고속승진을 구가했다. 2012년 인민군 차수 계급장을 달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2014년까지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사전에 방문한 것도 최룡해였다. 그러나 최룡해의 2인자 역할은 2014년까지였다. 황병서가 그를 제치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르면서였다.
최룡해는 노동당의 군부 통제를 책임지는 총정치국장에서 밀려나 노동당 근로단체 비서가 됐고 당 서열도 급전직하했다. 대신 황병서는 공식 권력 서열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다음으로 올라섰고 총정치국장이 상징하듯 사실상 권력의 2인자로 부상했다.
최룡해는 이후 롤러코스터 같은 부침을 겪었다. 불과 6개월 후인 2014년 10월 최룡해는 근로단체 담당 당비서 신분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다시 올랐다. 이때 공식 서열을 보면 내각 총리인 박봉주와 총정치국장인 황병서를 앞섰다. 그러나 불과 6개월도 안 돼 다시 상무위원 자리를 황병서에게 내주고 정치국 위원이 됐다.
결국 최룡해는 짧은 기간이지만 노동교화라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지난해 11월7일 북한의 리을설 인민군원수 장례식에서 국가장의위원 명단에 최룡해의 이름이 빠지면서 그의 신변이상이 감지됐다.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최룡해는 이 시기 무렵부터 지방 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 최룡해는 그의 주도하에 건설한 백두산 발전소에서 수로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문책성 처벌로 지방 농장에서 노동을 한 것이었다. 최룡해는 결국 올 1월에 김정은을 수행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드러나면서 다시 복권된 것이 확인됐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최룡해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사람이 바로 황병서다. 황병서는 최룡해에 이어 총정치국장에 오른 지 2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철저하게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황병서가 김정은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보여주는 두 가지 장면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고스란이 노출됐다. 조선중앙TV에는 김정은이 참석한 대중 집회에서 황병서가 수행을 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가 속도를 맞추지 못해 조금 앞서가게 되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지난해 12월에는 황병서가 의자에 앉아있는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입을 가리고 눈높이를 아래로 하며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황병서는 지난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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