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배제 강기정, 범친노·주류 "공천학살 의구심" 구명 움직임

↑ 강기정/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이틀 연속 투하된 '현역의원 물갈이 핵폭탄'의 충격파에 벌집을 쑤신듯 했습니다.

전날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 대상자 공개의 후폭풍이 이어진 가운데 김종인 대표의 광주 방문에 맞춰 광주가 지역구인 3선의 강기정 의원이 전략공천의 이름으로 사실상 '아웃'될 위기에 처하면서입니다.

내주 초 정밀심사 완료와 맞물려 현역에 대한 2차 물갈이 공천이 단행되는 등 김 대표·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콤비의 '물갈이 드라이브'가 쉴틈 없이 몰아치자 당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쑥대밭이 된 모습입니다.

특히 현 지도부가 공천배제한 강 의원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공개적인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간에 미묘한 전선이 형성됐습니다.

이와 맞물려 친문·친노로 분류되는 범주류 인사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동안 숨죽여있던 범주류 그룹 내에서 "특정 타깃을 표적으로 한 예고된 공천학살이 시작된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범주류측에서는 의원총회 소집 요구와 함께 강 의원에 대한 구명운동 등 집단반발 기류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비주류측에서는 "문재인 대표 시절 쳐놓은 덫에 자신들이 걸린 것이 아니냐"며 받아치는 등 전운이 고조됐습니다.

20% 컷오프 배제 대상이 된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홍 의원과 함께 4·13 총선에서 불모지인 대구 출마를 준비해온 김부겸 전 의원도 급거 상경, 기자회견을 열어 홍 의원에 대한 사과 및 복당 요청을 지도부에 요구한 뒤 "제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의 진까지 쳤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의 요구에 대해 "김 전 의원이 대구 상황과 관련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 상태에서 20% 컷오프에 대한 취소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평가결과에 대한 '검증'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다 보니 "순위가 바뀌었다", "A와 B의 순위가 바꿔치기 됐다" 는 등의 근거없는 악성 루머까지 당 주변에서 나돌았습니다.

국회부의장, 당 의장, 비대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한 문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인사에 대한 구제론도 봇물을 이뤘지만, 당 관계자는 "규정상 한 명을 구제하면 차상위자를 탈락시켜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가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로 내려가 일정을 소화하던 시각, 총선기획단이 광주 북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발표하면서 범주류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 운동권 출신으로 광주 북갑이 지역구인 강기정 의원은 공천에서 사실상 배제됐습니다.

다른 공천 지역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 지역 2곳만, 그것도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공식결정이 나기도 전에 총선기획단의 건의라는 형태로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김 대표가 '광주선언'을 통해 "시끄러운 소수의 정당이 돼 소리없는 다수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반성과 함께 "이제 당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 "능력 있고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등용해 수권 능력을 갖춘 경제민주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고 공언한 지 몇 시간만의 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인적쇄신 의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광주 방문 일정에 맞춰 광주지역 중진 교체라는 '극약처방'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날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주자에 나선 강 의원에 대해 트위터글을 통해 "강기정의 필리버스터를 보느라니 마음이 짠하다"며 "공천배제라는 말이 당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당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고 응원했습니다.

이어 "광주가 어려울 때 끝까지 당을 지켰던 사람답다"며 "강기정 멋있다. 힘내라 !!"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문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냈습니다.

정세균계의 이원욱 의원 주도로 연판장을 돌리는 구명운동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강 의원 공천배제 사건에 대해 '공천'이 아닌 '사천'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며 "연판장 내용의 수위 등을 막판 고민 중으로, 곧 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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