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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20% 컷오프’에 더민주 현역 의원 10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일 언론을 통해 지역구 의원 중에서서 문희상(경기 의정부갑·5선) 신계륜(서울 성북을·4선) 노영민(충북 청주흥덕을·3선) 유인태(도봉을·3선) 전정희 (전북 익산을·초선) 송호창(경기 의왕과천·초선)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비례대표 중에서는 김현 백군기 임수경 홍의락 의원이 포함됐다는 것이 공개됐다.
공천에서 원천 배제되면서 일부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구 북구을 표밭 다지기에 나섰던 홍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안산 단원갑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 의원은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가까운 송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문 의원은 탈당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의 신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공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당내 중진으로 활동해온 유 의원이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 분란을 잠재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유 의원은 ‘컷오프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평소 삶에서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해왔다”며 “당이 탈당 등 워낙 어려운 일을 겪다보니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미뤄왔던 것이 오늘에 이른 것 같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의원은 “어제(24일) 지역구 핵심 간부들을 만나 ‘새로운 후보가 나오면 이기도록 도와주자’고 했다”며 다시 한 번 당을 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하위 20% 컷오프가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 내홍을 극복하기 위해 당의 총의를 모아 만든 규정인만큼 결국 자업자득이 됐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 시절 노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유 의원은 홍 의원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유 의원은 “정무적 판단을 못한 것이다”며 “이게 정치 집단이 할 짓이냐”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유 의원이 자신의 오랜 꿈인 ‘사형제 폐지’를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유 의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우여곡절 끝에 풀려났고, 민주화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국회 뿐만 아니라 청와대 생활도 두루 경험한 유 의원은 17대 국회 당시 유 의원은 전체 의원 3분의 2에 가까운 여야 의원 175명 동의를 받아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했지만 발의 직후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유 의원은 사형제 폐지에 힘을 쏟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있을지 모르지만 유 의원 노력만큼은 인정받아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사형제 폐지 노력 뿐만 아니라 유 의원은 야당 의원 중에서도 대통령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으며 여야 의원들의 깊은 신뢰를 얻었다
지난 해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할 당시 야당 의원들은 침묵시위를 벌이며 박 대통령에 대해 항의했다. 당시 당 방침에 동의하지 않은 유 의원은 연설이 시작되기 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당 지도부 결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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