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정면 충돌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한 두 사람 인식 차이가 또 다시 문제였다. 여기에 천정배 공동대표가 김 위원장과 동조하면서 ‘안·천·김’ 3인 지도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안 대표와 대다수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난 4일 야권 통합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지난 6일 수도권 연대의 가능성까지 일축했다. 그러자 수세에 몰린 김 위원장은 이날 야권 통합·연대 불씨를 되살리기위해 안 대표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안 대표 면전에 “우리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개헌선’이란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 중 200석 이상을 뜻한다.
안 대표도 듣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민은 새누리당이 개헌선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양당 구조를 깨는 일”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안 대표는 “무조건 통합한다고 이기지 못한다”며 ‘야권 통합’을 “익숙한 실패의 길”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안 대표 논리를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통합 거부 의사를 재확인하며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밝힌 대목을 언급하며 “여당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김 위원장은 이어 “안 대표가 말한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저항체제는 안 대표가 지난해 11월 당시 천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제안했던 내용이다.
국민의당 3인 지도체제의 한 축인 천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이 설령 80~90석을 얻어도 개헌선을 내주면 나라의 재앙이다”라며 새누리당에 개헌선을 내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김 대표 입장을 옹호한 것이다. 천 대표는 또 “수도권 연대는 아직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안 대표와는 달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당은 지도부 균열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돌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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