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 지위를 빼앗긴 뒤 당내 수습과 새로운 지도부 구성과정에서도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온 새누리당이 이제는 정책 주도권마저 야권에 내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여당에서 먼저 주장했던 기업 구조조정 화두마저 야권에 뺏기게 되자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당정협의를 추진하며 주도권 되찾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총선 직후 지도부 와해로 당내 회의마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새누리당은 22일 원내대책회의를 다시 정례화하고 구조조정과 법안 이슈를 연이어 언급하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야권에서 금기시돼온 구조조정 문제를 야당 대표가 먼저 꺼내자 여론의 주목은 단박에 더민주로 향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일자리 카드를 꺼내며 두 야당이 앞다퉈 경제정책 선점에 나섰습니다.
기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정책은 새누리당이 먼저 꺼낸 화두였지만 총선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이 야권이 치고 나간 셈입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는 것을 경계하며 입법 주도권 회복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그동안은 구조조정 이슈를 언급하지 않았다가 김 대표가 갑자기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구조조정 이슈는 여당과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라며 이번 기업 구조조정 이슈의 정책 주도권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간담회에서 야당의 구조조정 이슈 제기에 대해 "다음 대선을 의식해 보수층의 표를 잡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의 측면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김 정책위의장은 "20대 국회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연대하면 과반이 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설득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며 "국회 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조속히 원내대표를 뽑으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문제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이어 27일에는 일자리 창출 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도 열기로 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등 총선 공약 완수에 애쓴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정책 주도권 회복에 힘쓰는 한편 그간 당론으로 추진해온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관련 법안들에도 다시 불을 지피려는 복안입니다.
새누리당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여야정 협의체에서 야당의 벽에 막혀 처리되지 못했던 노동 4법도 함께 논의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당정협의에서도 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른 실업대책 등이 논의될 전망입니다.
선거 이후 제대로 된 당 회의가 진행되지 않아 이슈 관련 발언의 창구도 없었던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원내대책회의도 정례화했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정책위의장도 "19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은 처리해야 그나마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며 노동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의 처리를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