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첫날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튿날인 26일 자신의 발언이 일으킨 파장을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반 총장은 이날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여타 대선주자들에 비해 강점을 가진 남북문제과 관련해 적극적 대화 제스처를 취하며 ‘비교우위’를 과시했다.
이날 반 총장은 전직 외교장관·고위 외교관계자들과 함께 한 조찬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과잉·확대 해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 “분열을 시키는 사람이 리더가 돼서는 안된다, 통합시키는 사람이 되야한다”며 말했다고 조찬 참석자들은 전했다. 전날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통합’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 반 총장은 임기 종료 후에는 “서울 사당동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말했다고 조찬 참석자들은 말했다.
그는 제주포럼 개회식에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세계 평화와 북한·북핵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특히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한국인 출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일반적 내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전날 스스로 ‘대망론’을 언급하며 대선 출마 불씨를 지핀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퇴임 이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반 총장은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이후에도 연말에 북한 방문을 추진했다. 당시 유엔 측도 “반 총장 방북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북측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지만 결과적으로 또 한 번 없던 일이 됐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퇴임을 전후해 재차 ‘방북 카드’를 꺼내들며 세계는 물론 국내 정치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대화 재개와 인도적 지원 필요성도 강조해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결을 달리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스스로의) 안보에도 저해될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상처만 입힐 뿐”이라며 “북한의 군사비 지출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지만 북한의 어린이들은 필요한 것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인권을 체계적으로 침해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유엔) 결의가 온전하게 실시됐을 때 한반도 비핵화가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 세계는 단호한 입장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에 더 이상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반
[김성훈 기자 / 제주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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