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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떠나고 있다. |
27일 실시된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추 대표의 총득표율은 54.03%로 이종걸(23.89%), 김상곤(22.08%) 후보를 각각 2배 이상 앞질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추 대표에 대한 친문계의 지지세가 뚜렷했다. 친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권리당원 투표에서 추 대표가 61.6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권리당원은 전당대회 선거인단에서 비중이 30%로 대의원(45%)보다 낮지만, 시도당 위원장 경선을 포함한 이번 전당대회 판도를 사실상 좌지우지해왔다.
특히 권리당원 중 3만7000여명의 온라인당원들이 높은 결집력을 보이면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작년 말 안철수 전 대표가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 “문재인 대표를 구해야 한다”며 온라인당원으로 가입한 10만여명 중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권 자격을 획득한 당원들이다.
이처럼 친문계가 당내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당내 대권후보군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최근 손학규 전 상임고문·안희정 충남지사·박원순 서울시장·김부겸 의원 등 대선후보군을과 잇딴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친문계가 지도부를 장악한 더민주가 부담스러운 인사들을 제 3지대로 끌어내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시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제3지대론 띄우기 행보에 나서면서 이 같은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박 위원장은 27일 손학규 전 고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을 직접 찾아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친박, 더민주당은 친문인 정치상황이지만 국민의당은 친박·친문도 아닌 열린 정당을 표방하는 만큼 국민의당에 들어와 정권 교체를 도와달라”며 손 전 고문을 설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종인·박지원·손학규 3인은 정계개편으로 세를 모으지 않으면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향후 세 사람이 함께 정계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론은 비문을 넘어 여권 내 비박(非朴)계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실제 여권 일각에는 ‘기대반 우려반’으로 제3지대론에 주목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친박 대표에 이어 친문 대표가 탄생한 것이 우리 정치현실”이라며 “(정치권에서)제3지대를 거론하지만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들의 소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새누리당에선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유일한 대권 카드로 몰아갈 경우 비박 진영의 후보군이 이탈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반 총장을 제외한 여권 후보군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모두 비박 성향이다. 다만 제3지대가 야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여야를 모두 아우르는 모판이 짜여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배경에서 친문계 일색인 이번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표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구축되면서 안정적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특정계파에 의존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나아가 다른 대권주자를이 당에서 이탈할 경우 문 전 대표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추미애 대표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특정 후보를 꽃가마에 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이어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민생처방을 들고나와 설득할 때 정권교체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며 “모두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인 경선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27일 전대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제
하지만 추 대표가 자신을 당 대표로 밀어준 친문계를 무시한 채 모든 후보들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으로 전향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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