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막판에 끼워넣는 지역구 민원 예산을 일컫는 ‘쪽지예산’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저촉된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 표명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가 혼란에 빠졌다. 쪽지예산은 국회 예산심의의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왔다. 그러나 기재부가 쪽지예산과 관련한 청탁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김영란법을 만들 당시 속기록에 그 문제(쪽지예산)에 대한 유권해석이 다 내려져 있는데, 기재부가 자기들의 예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법을 지켜야 할 기관이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결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권익위는 지역 전체를 위한 예산은 김영란법의 예외로 허용된다고 했다”면서 “예비심사가 끝난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예산을 집어넣는 좁은 의미의 쪽지예산이든, 이미 예산에 포함된 내용을 증액하는 등 넓은 의미의 쪽지예산이든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주 의원은 “과거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던 좁은 의미의 쪽지는 예결위 여야 간사들이 받지 않는 것으로 묵시적으로 합의돼 있다”며 “그런 쪽지예산은 국회에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당국이 (쪽지예산의 공익성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법에는 공무원이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장에 있는 예산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판단할 근거나 권한이 없어 신고해야 하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도 “쪽지예산의 공익성을 우리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식 루트 외의 예산은 가능하면 막자는 게 예산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재부 방침은 공익목적 지역구 사업 등의 쪽지예산은 위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쪽지예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단 지역예산 민원을 공식루트를 통해 처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기획재정위 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권익위에서 시행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김영란법의 취지에
이개호 더민주 의원은 “지역구 사업에 대한 예산 요청은 예전에는 말로 했지만, 지금은 공문으로 보내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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