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으로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에 가늠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변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를 신념으로 삼고 있다. 미국 내부의 일에 정책과 자원을 집중하고 국외 상황에는 가능한 한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주의 정책으로 동북아에서 힘의 공백이 발생한다면 우리 안보에 미칠 파장이 크고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원점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한미관계, 북핵문제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튈지 예상조차 힘들다는 게 정책 당국자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대북 정책 및 북핵 관련 정책 구상이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은 한국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미가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과 파열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위비 분담금
트럼프 당선인은 경영인 출신답게 안보문제를 비용측면에서 바라보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공약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비용 부담에 인색하다는 인식도 뿌리깊게 박혀있다. 트럼프가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인적비용의 50%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50%라고? 100% 부담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한 것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 2014년 이뤄진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약 9200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동돼 협정이 만료되는 2018년이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은 2018년에 향후 5개년 협상을 하고 그 결과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적용한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 첫해인 내년부터 방위비 분담금 조정 관련 요구가 물밑으로 강하게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의 사례도 연구해 미국과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핵무장론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내놨던 동북아 관련 발언 가운데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렀던 내용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3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언젠가는 논의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처럼 약해진다면 한국은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핵무장을 하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동북아시아 내 핵확산을 반대하는 기존 미국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를 이끌게 된 이상 국내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개연성이 높다.
정 실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상 한국이 미국의 동의하에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차두현 전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트럼프가 선거에서 한 이야기를 모두 믿을 필요는 없다. 트럼프 역시 핵확산에 반대하는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6월 애틀랜타 유세에서 “김정은과 회의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캘리포니아 유세에서는 “‘북한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야기했던 대화에 기존 오바마 행정부가 고수했던 ‘비핵화’라는 조건이 명시적으로 붙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강경 대북 정책을 지속해 온 한국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지점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구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대북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북한과의 대화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그가 선거 기간 내내 지지율에 따라 자신의 말과 정책을 수차례 바꾼 점도 북미 대화와 관련한 그의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트럼프도 북한의 도발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존 트럼프의 발언들을 해석해볼 때 오바마 정부보다 대화 쪽에 방점이 찍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사드 배치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고 각국이 자국의 안보를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은 우리 군대를 보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작전태세에 들어갔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며 “이건 미친 일”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배치에 따른 결과로 미국이 얻는 것이 없으면 철수해도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안보문제도 철저히 경제적 손익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러한 인식은 그러나 미군이 안보라는 국익을 지킨다는 복잡한 국제정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으로 받아왔다. 군 소식통 “대통령 혹은 군 통수권자로서 보고를 받은 뒤에도 경제관점에서 안보문제를 바라볼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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