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수사'를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방어'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야당은 본격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맞서고 있는데요.
정치부 송주영 기자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질문1 】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 얘기부터 해보죠.
평소 자신을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라고 자처해 온 인물로 알려졌죠?
【 기자 】
네. 유영하 변호사는 친박 중에 친박, 진박 중에 진박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웬만한 친박 국회의원들보다 박 대통령과 훨씬 가깝다고 알려져있는데요.
청와대 관계자도 유 변호사 선임의 결정적 이유를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과 신뢰 때문"이라고 설명할 정도입니다.
단적인 예가 있는데요.
지난 2008년,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에 출마했을 당시입니다.
이때 박 대통령은 당의 선거지원 유세 요청을 거절했는데요.
특별히 측근 11명에게만 별도로 유권자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주인공인데, 유 변호사가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보시죠.
SYNC : 2008년 총선 당시 유영하 후보 지지영상
- "2008년 총선 당시 유영하 후보 지지영상 우리 유영하 후보는 저와 오랫동안 생각과 뜻을 같이해온 동반자로,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신뢰하는 분입니다."
지난 4월 총선 때 유 변호사는 유일호 당시 의원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에 도전했는데요.
이런 각별한 사이 때문인지, 박 대통령이 유 변호사 국회 입성을 위해 유일호 의원을 경제부총리로 정리했단 얘기까지 돌았습니다.
【 질문2 】
송 기자 얘기를 들어보면 박 대통령과 유 변호사가 굉장히 돈독한 사이처럼 보이는데요.
비선실세 의혹이 터지면서 박 대통령이 극소수와 소통했단 비판이 있습니다.
이런 패턴을 보이는 박 대통령이 유 변호사에게 무한 신뢰를 보이게 된 계기가 있나요?
【 기자 】
지난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뛸 때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이때 유 변호사는 '법률지원단장'을 맡으면서 두각을 드러냈는데요.
특히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맞서 '네거티브 대응'을 잘했습니다.
또 BBK 사건 조사를 위해 미국 교도소 수감중이던 김경준 씨를 만나러 두 차례나 미국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성하는 데 상당한 공을 세운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아무래도 이런 인연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질문3 】
여기서 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요.
박 대통령이 여러 명의 변호인단이 아니고, 유영하 변호사 단 한 명만 선임을 했어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재임 중에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좀 의아한데요?
【 기자 】
네. 과거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어서 단정지어 말하기는 곤란한데요.
박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 달랑 한 명만 선임한 건 맞습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도 특수활동비가 아닌 개인적 비용으로 지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통령 업무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대응이란 얘기인데요.
최태민 씨 등 '내밀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을 더 늘리고 싶어하지 않아서란 해석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후보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으면서 이명박 후보 측 공세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 관련 의혹 전말과 대응 논리도 잘 알 것이고,
박 대통령 개인사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 적임자란 겁니다.
그러니가 유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 입회해 현장 상황을 대응하고,
최고의 특수통으로 불리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배후에서 사령탑 역할하면서 청와대 법률 참모라인이 대응 전략을 수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 질문4 】
이제 유영하 변호사가 앞으로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시점과 장소, 방식 등을 검찰과 협의하게 되는데요.
이미 시점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시했던 오늘은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무슨 배경에서 일까요?
【 기자 】
네. 표면적으로는 법리를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단 이유였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유영하 / 대통령 대변인
- "현재 검찰수사가 완결된 것이 아니라 한창 진행 중에 있고 매일 언론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변호인으로서는 기본적인 의혹사항을 정리하고 법리를 검토하는 등 변론 준비에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이 참고인인 만큼 강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는데요.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게 뻔한데도 이런 선택을 한 건, 실리를 따지겠단 의미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한 조사를 뒤로 미루는 게 유리하단 판단에서인데요.
최순실 씨가 오는 19일쯤 기소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최 씨의 공소장에 대통령이 한 일이 기재되는 상황을 피하겠단 겁니다.
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따라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데 그 가능성을 사전차단하겠다는 거죠.
그런 내용이 담기면 탄핵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안종범 전 수석 등 전직 참모들 수사 상황을 모두 지켜 본 뒤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5 】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식도 검찰과 입장 차이를 보였는데요.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사실상 서면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건데,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 기자 】
말씀하신대로, 국정수행 차질 최소화를 명분으로 '대면조사'를 강조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유영하 / 대통령 대변인
-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의견이 분분한데요.
우선 서면조사가 아닌 대면조사를 하면 검사가 박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혐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말을 무심결에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조사 원천거부' 카드를 꺼내기 위한 수순으로 서면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서면조사에는 응했는데 검찰이 거부했다는 식의 여론몰이를 고려한다는 겁니다.
【 질문6 】
야당도 반응을 내놓았죠? 강하게 비판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예상하신대로입니다.
검찰조사 연기 요청은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벌기 꼼수"라는 겁니다.
검찰 조사 하루 전에 '진박'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비판했는데요.
국민은 분노와 절규를 하고 있는데, 정치싸움으로 몰고 가겠다는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검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백혜련 의원은 박 대통령이 참고인이란 말에, 변호사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자격조건이 안 된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정치부 송주영 기자와 얘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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