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첫 주말을 맞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 이어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까지 쉴새없는 강행군에 나섰다. 이번주에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누비며 사실상의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다.
15일 평택에서 기자들과 만난 반 전 총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관해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는 발언이다.
◆潘 "조만한 정치개혁안 발표"
그는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 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주변국과의 관계가 있는데 그런 문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택 방문은 애초 일정에 없었으나 '안보 행보' 차원에서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또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제도, 정책결정 방식, 정치인의 행태와 사고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손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한 정권교체라는 제한된 수단보다는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지 하다"면서 "(정권)교체만 돼 집권한 사람들이 그런 제도에서 하다 보면 같은 과오를 계속할 가능성이 많다.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론'을 에둘러 비판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다만 "귀국한 지 며칠 안 됐기 때문에 조만간 구체적 안을 전문가와 협의해서 발표할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16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에 나선다. 조선·해운산업 불황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포용적 경제성장'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캠프 측은 또 17일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월호 참사의 현장인 진도 팽목항도 방문한다. 이어 18일엔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다시 대구로 돌아와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찾는 등 일주일간 전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지난 14일 선친 묘소가 있는 충북 음성을 찾았다. 마을 초입에는 반 전 총장의 귀국과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여러개의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250여명의 고향 주민들이 10년 만에 고향을 찾은 그를 반갑게 맞았다. 간단히 환영행사를 마친 반 전 총장은 곧바로 음성 꽃동네를 찾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직접 밥을 떠먹여주고 팔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반 전 총장은 근처 조류독감(AI) 소독소를 찾아가 직접 방역복을 입고 고압 소독기로 양계농가 화물차 바퀴를 소독하기도 했다. 이어 충북 충주에서 모친 신현순 여사 자택을 찾은 반 전 총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백발 노모에게 큰 절을 하고 1시간 가량 담소를 나눴다. 이날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반 전 총장 시민인사회는 2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몰려들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의 아들이 충주의 아들로 돌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15일엔 자신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근무 당시 사회복지수석을 지냈던 고(故) 박세일 전 명예교수의 빈소를 조문하기도 했다.
◆유엔 대변인 "공직제한 결의, 법적의무 아니다"
한편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후 공직 진출을 제한한 유엔의 1946년 결의에 대해 "의무사항으로 기술된 게 아니며 법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유엔총회가 1946년 1월 채택한 결의문 11조 4항은 "어떤 회원국도,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사무총장에게 정부 직책을 제안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사무총장 자신도 그런 직책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전범주 기자 / 음성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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