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방안으로 전술핵무기의 주한미군 재배치를 논의함에 따라 독자 핵개발부터 핵잠수함 건조 등 한국의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할 뜻을 내비쳤고,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주장하면서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와 군사적으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미군이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무기를 괌이나 오키나와 또는 하와이에서 출격시키는 것과 남한 땅에 두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은 5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북핵 문제는 우리의 생존 문제가 됐다"며 "우리는 핵을 만들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빌려올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북한이 함부로 도발할 수 없도록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도 북핵을 폐기시키기 이전까지 북한의 핵위협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전술핵 재반입이나 재반입 이전 단계로 미국의 전략핵 자산인 항공모함이나 폭격기의 한반도 주변해역 상시 주둔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술핵무기는 국지전 등에서 전술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폭발 위력의 크기는 전장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kt 이하의 핵무기를 말한다. 야포나 단거리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와 핵배낭, 핵지뢰, 핵기뢰 등이 전술핵무기에 속한다.
미국은 2015년 기준으로 180여 발의 핵무기를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의 동맹국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에서 핵무기를 철수할 계획은 없으며 핵투발 수단 교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결정한다면 한국에 배치될 수 있는 것은 B61, B83 등의 핵폭탄과 열핵탄두인 W76, W78, 공대지 순항미사일(AGM-86)에 탑재하는 W80(150kt) 등이 꼽힌다. 군사 전문가는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핵균형을 이뤄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북한과 비핵화 협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면 북한의 핵개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 미국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 등 확장억제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검토와 연계해 우리나라에서 핵잠수함 건조 주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우리 군이 추진했던 핵잠수함 건조계획에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계획이었다"면서 "농축도 20% 우라늄은 IAEA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으로 분류되며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거래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95%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원자력 기술 세계 5위 안에 드는 대한민국은 마음만 막으면 2~3년 안에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게 문 국장의 주장이다.
북한 핵위협이 현실화된 만큼 한·미는 NATO와 같은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을 만들어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영태 동양대 군사안보연구소장은 "핵은 핵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 진리"라며 "나토에선 미국이 나토 국가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전술핵을 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 소장은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사용에 우리가 완전히 배제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여권내에서도 자체 핵무장으로 남북한 사이에 '핵균형'을 만드는 게 불가피하다는 핵무장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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