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커드 ER 미사일을 발사한 6일 오산 미군기지에 초대형 수송기인 C-17 '글로브마스터'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용 미사일 발사대 2기를 싣고 착륙했다. 한미가 사드 배치 일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되돌리지 못하도록 실행에 옮기는 순간이었다.
사드 배치 절차가 정치 일정에 따라 뒤바뀌지 않도록 확실히 도장을 찍어놓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가 배치될 성주골프장 부지 공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발사대 등을 들여와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도록 퇴로를 차단한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와 조기 대선 과정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정치쟁점이 될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는 사드 배치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방어수단 배치를 늦출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국방부도 "사드체계는 오로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미는 사드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사업장에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고, 롯데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반한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반입조치를 취한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은 우리 군과 롯데의 사드 부지 교환계약 이후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 중단 등 고강도의 경제 보복 조치를 시행 중이다. 군 당국은 사드 전개작업에 착수한 사실을 중국 측에 사전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서 추진하는 사안"이라며 "사드가 오로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조치이고,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입장을 중국측에 전달하는 문제에 대해 한미간 공동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변인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다며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에 대한 한미간 조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오산기지에는 사드 미사일 발사대 차량 2대가 반입됐는데, 차량 1대에는 발사관 8개가 장착된 발사대 1기가 실려 있다. 미군은 차량에 발사대가 탑재한 상태로 하역했다. 발사대 등은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서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현재 운용 중인 사드는 모두 6개 포대로, 이들 가운데 1개 포대는 괌에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모두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다. 성주에는 6기의 발사대가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를 배치하면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 다층방어체계가 구축된다고 군은 설명하고 있다. 패트리엇(요격고도 15∼40㎞) 미사일과 사드(요격고도 40~150㎞)로 두번의 요격기회를 갖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 지는 불분명하다.
스커드는 최고 고도가 100∼200㎞이고, 최고 낙하 속도도 마하 4∼5에 이르며, 노동미사일은 최고 고도 400∼450㎞로, 최고 낙하 속도는 마하 7∼8로 분석된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속도로 미뤄 사드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수단 등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요격시험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낙하 속도가 음속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무수단 미사일도 마하 14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1000기 이상 배치해두었고 SLBM도 실전배치되면 이를 제대로 막기 위해 3~4개의 사드 포대가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가로 사드 포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수도권이 사드의 방어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한미 군 당국이 사드를 경북 성주에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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