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외교·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김정은이 또다시 미사일 버튼을 눌렀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 평안남도 북창 인근에서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됐고 최대고도 71km로 2분간 비행하다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AP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사일 기종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KN-17로 추정된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기종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합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신속했다. 미사일 발사 두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중국과 존경받는 지도자 시진핑의 바람을 저버리는 무례를 저질렀다"며 "오늘 미사일 발사는 실패했지만 나쁘다!"는 트윗으로 북한을 비판했다.
북한의 도발은 오키나와 해역에서 일본 자위대와 훈련 중인 미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 등 미국의 군사 압박에 대응하는 저강도 시위로 분석된다. 칼빈슨호는 이달 말 우리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북한은 미국 뉴욕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핵 회의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28일(현지시각) 유엔북핵회의에서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단교'를 요청하며 김정은을 몰아 붙였다. 중국을 겨냥한 듯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보이콧'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왕이 외교 부장이 "대화와 협력만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맞섰고 유엔 회의는 미중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이날 발사에 실패한 미사일은 중장거리미사일(IRBM)인 북극성 계열 또는 스커드-ER 등 북한이 새로 개량해 실험하는 미사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지난 5일과 16일에 이어 오늘까지 잇달아 탄도미사일 발사에 실패하며 아직 기술적 결함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자전 기술로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작전이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관련 내용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함구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국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륙에서 발사했다는 점에서 무수단이나 고체 연료를 사용한 북극성 계열 미사일 사능성이 높다"며 "고도 71km까지 날아갔다면 원하는 데이터를 얻은 뒤 북한이 수위 조절 차원에서 공중폭발 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북한 도발에 미국이 실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지는 결국 '중국의 움직임'에 달려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북한 도발이 '중국에 대한 무례'라고 평가한 것 역시 북한을 억제하려는 중국 노력에 대한 성의 표시로 읽힌다. 즉 미국이 당장 독자적
그러나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단순히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한미 당국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대북 억제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조치가 없을 경우 한미 동맹 차원의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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