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야당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없이도 '국민판단'에 따라 임명을 강행하겠다며 새 정부의 탄탄한 지지율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야당은 너나 할 것 없이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해 협치가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17일까지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야당에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미정상회담 준비의 시급성과 강 후보자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를 이유로 조만간 임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18일 강 후보자를 신임 외교부장관에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빌미로 대통령 권한을 넘어서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도 확고하게 밝혔다는 점 역시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이날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장관 임명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는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청문회 과정을 통해 검증 못했던 부분을 국회를 통해 듣는 것"이라며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참고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 기류인만큼 야당과의 대결에서 충돌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기 초반 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되풀이되면 국정운영 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국민 판단'을 강조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국정 운영 최우선 기준을 국민에 두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 철학인만큼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만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야당이 반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할 때도 문 대통령은 '국민 판단'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도 공정거래 정책 적임자로 인정했고,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협치의 정신을 저버렸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당시 안철수 후보와의 새정치공동선언문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법상) 인준대상이 아닐지라도 국회 인사청문회의 판단을 존중하도록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바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에는, 문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문 후보자 강행은 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대통령 후보시절 스스로 밝힌 5대 비리 인사배제 원칙을 깨고, 협치를 강조한 약속마저 저버렸다는 야당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은 원외협의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국회에서 검증한 결과 (강경화 후보자가) 부적격자라고 야3당이 공히 얘기를 하는데도 국민검증이 끝났다며 임명을 한다면 협치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을 (공직 후보자로) 임명하며 오만과 독선의 인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행해 나간다면 협치가 어렵지 않겠나"고 경고했다. 다만 원외투쟁이나 국회보이콧에 대해 정 권한대행은 "국회에서의 투쟁이 가장 바람직하다. 야당은여당이 오만하다는걸 알림으로써 국민들이 이게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드리는것이 할 일이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당도 청와대 임명 방침에 "심각한 인식의 오류"라며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이 전망되는 데 대해 "인사청문 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며 "(임명 강행시) 협치 구도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의회의 작동과 기능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박 비대위원장은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국민 찬반이 엇갈린다. 저희 휴대전화에도 불이 난다"면서도 "의원총회에서 강 후보자 임명 주장은 한 명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가 강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을 무시할 경우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나 정부조직법 처리 등에 있어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120석에 불과한 민주당이 국정을 주도해나가려면 40석 국민의당과의 협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며 청와대를 압박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바른정당도 이날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인사배제 5원칙중 4개나 해당되는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문재인식 정부운영은 국회를 무시하고, 반의회 민주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격회동했다. 여기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비롯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정국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범주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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