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北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입장, 과거와 똑같다 단정못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장에 대해 다소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4일 강 장관은 서울 세종로 외교부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언급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과거와 현재의 발언이 똑같은 의미를 갖고있다고 단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단계적·동시적' 기조를 두고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 더 많은 보상을 취하려고 했던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단정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강 장관은 "최근의 (정상회담·비핵화 논의에 대한) 진전사항이 굉장히 빠르게, 전례없이 파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상과정에서 (북측의 진의를) 좀 더 면밀하게 지켜보고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강 장관의 언급은 남·북·미의 최고지도자들이 나서 비핵화 문제를 담판짓기 앞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 간 균열 우려와 선을 긋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서 파악이 될 것"이라며 "비핵화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에서 미군들이 휴전선을 지키고 있지만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분명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방위비 분담 면에서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 아주 모범적인 동맹국"이라며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 장관은 미국 측 외교라인이 전격적으로 교체돼 한·미 간 공조에 난맥상이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개인적 라인 이외에 체제가 움직이는 것이 국가 기관들의 본질"이라며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사이의 다양한 레벨에서 (현안을) 긴밀히 조율중이고 큰 갭(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