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미·북정상회담이 남·북·미정상회담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남북미 정상회담은 미·북정상회담 성과에 연동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개최될 경우에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이동부터, 경호·의전·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실무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종전(終戰)선언 등 (비핵화 의제를 제외한) 추가의제는 북미정상회담의 상황을 지켜보며 남북미 및 국제사회와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싱가포르에서 미·북정상회담이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확대될 경우 종전선언이 도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이 가진 안보 측면에서의 우려를 해소할 상호불가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남북미 3국 간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를 놓고 남북 간 실무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미·북정상회담을 두고 "나는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한 번에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며 미·북회담을 여러차례 추진할 의사를 밝힌데 이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4일 미·북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며 '첫 회담'이라는 표현을 쓴 점도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 가능성을 점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문 대통령이 합류하는 싱가포르에서의 남북미 확대정상회담이 두 번째 회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언론·경호·의전 담당 직원들이 싱가포르에 파견돼 대통령이 머물 숙소와 동선 등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사전답사팀은 약 1주일 간의 답사를 마치고 6일 복귀한다. 청와대에선 7월 한국·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비한 사전답사라는 입장이지만, 남북미 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둔 사전답사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이 확정될 경우 정부 내 외교·국방·대북 관련 담당자들이 대거 이동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방법을 놓고서 남북이 긴밀하게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종전선언과 불가침협정이 동시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종전선언과 불가침 확약이 같이 묶어서 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불가침 문제는 종전선언이 먼저 이뤄지고 난 뒤에 논의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가침 문제는 선언인지, 확약인지, 조약인지 형태에 따라서도 굉장히 달리지는 문제"라며 "현 단계에서 (종전선언과) 같이 논의될 성격은 아니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한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고 한 만큼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이 도출되긴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종전선언의 상징성을 감안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에 맞춰 별도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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