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까지 20일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수용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하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내년도 예산과 주요 법안 심사가 올스톱됐다. 당장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를 열어 여야가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음주운전 처벌강화법, 이른바 '윤창호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두 야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심사 자체가 무산됐다. 기획재정위의 세법 심사는 물론, 사립유치원 부정을 근절하기 위한 유치원 3법(교육위), 아동수당 지급 대상 100% 확대를 담은 아동수당법 개정안(복지위) 논의도 모두 멈춰섰다.
내년 예산안의 증액과 감액을 결정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아 국회가 결국 법정처리시한(12월 2일)에 쫓겨 졸속 심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일정 파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두 보수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여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어서지 않은 채 국회 파행에 대해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하는 막무가내식 문재인표 인사강행, 국회 관행과 협상의 틀을 훼손하는 예산결산특위 예산소위 정수 확대 주장에 가로막혀 여야 간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 않다"며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바른미래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수용한다면 실시시기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민주당은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막아 국회를 파행시킨 집권여당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회 일정 어떤 것도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명분도 없이 국회를 파행시키고 책임은 정부·여당에 돌리고 있다"며 "국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태는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다만 내년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이 코 앞으로 다가온데다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 큰 만큼 여야가 단기간 내 타협점을 찾고 국회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을 비롯한 야 3당은 민주당이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만 수용한다면 모든 국회 일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과 면담을 갖고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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