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기간 중 여행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폭행 사실을 축소하는 데 급급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4일 부의장직을 사퇴한 박종철 의원(자유한국당 탈당)은 당초 손사래를 치는 와중에 가이드 얼굴을 때렸다는 동료 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의도적으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MBC가 입수한 지난달 23일 폭행 당시 캐나다 현지 버스 안 폐쇄회로(CC) TV에 따르면 박 의원은 가이드의 얼굴을 수차례 오른손 주먹으로 때렸다. 예천군 의원들의 말이 거짓이었던 셈이다. 운전기사가 나서 말렸으나 가이드의 팔을 비트는 등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수차례 폭행이 벌어진 뒤 지켜만 보던 이형식 의장이 뒤늦게 제지했지만, 박 의원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가이드는 안경이 부러지고 얼굴에 피를 흘린 채로 911에 신고했다. 응급실로 간 가이드는 얼굴에서 파편을 직접 끄집어내야 하는 등 심하게 다쳤다. 가이드는 박 의원이 일정 진행에 불만을 품고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예천군 의원 9명(자유한국당 7명, 무소속 2명)과 의회 직원 5명 등 14명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7박10일 동안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나흘째인 지난달 23일 버스 안에서 박 의원이 이형식 의장과 대화 중이던 현지 가이드를 폭행해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박 부의장은 "네가 맞다 내가 맞다 하면서 실랑이 도중 때린 건 아니고 손톱으로 긁은 것 같다"고 했고, 함께 간 동료 의원들은 "연수 일정이 빡빡해 힘들어하는 동료들의 불만을 중재하면서 손사래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 얼굴이 맞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CCTV 영상으로 고스란히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편 의원들이 폭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가이드는 "폭행사건 당시 현지 경찰에 신고하자 의장과 몇몇 분이 무릎을 꿇고 한 번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제가 실수해서 넘어지면서 다친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 측이 6000달러(한화 675만원)를 주고 합의를 시도했다는 가이드 측 주장도 나왔다.
의원들의 중재로 합의했지만 이후 박 부의장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가이드는 "호텔에서 합의문을 써 주자 박 의원은 이를 주머니에 넣더니 '나도 돈 한번 벌어보자. 너도 나 한번 쳐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 부의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이에 한국당은 박 부의장이 다시 복당하지 못하도록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함께 갔던 다른 한국당 의원 6명에 대해서도 호텔 음주 소란 행위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거쳐 중징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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