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빅딜 아니면 노딜'이라는 미국 측의 강경한 의지에 결렬됐다. 미국 협상 대표단이 이런 각오를 굳힌 시점은 지난달 초 평양 실무협상 때 북한과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한 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우리 정부가 회담 전부터 꾸준히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하는 데 대해서도 불편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북핵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을 3주 가량 앞둔 지난달 6~8일 평양으로 건너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비핵화 담판을 벌였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식통은 "비건 대표는 김 대표와 12개 비핵화 의제를 놓고 논의했지만 북한의 전면적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북한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 실무협상 전인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미 스탠포드대 연설을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의 목표로 △미북 간 비핵화 정의 공유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괄 신고 등을 명시한 바 있다. 실무협상에서도 비건 대표가 큰 틀에서의 합의를 먼저 요구한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경제제재 해제 교환 등 구체적인 조치를 먼저 받아내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비건 대표가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온 뒤 협상 대표단은 '대북 강공'으로 나가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다른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스탠포드대에서 연설하던 때만 하더라도 미국 정부 내에서 비핵화에 관한 여러 입장이 존재했다"며 "그러나 평양 실무협상 이후 강공으로 나가는 데 모두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미국 협상대표단은 그럼에도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상회담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이 원했던 '총론에서의 합의'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나리오대로 판을 깨고 나왔다는 것이다.
협상팀에선 회담 막판까지 '스몰딜'에 대한 검토도 했으나 정치적으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에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스몰딜을 해서는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회담이 결렬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백 퍼센트 오늘 뭔가 서명할 수 있었고 선언문도 준비돼 있었지만 (서명하기) 적절치 않았다"고 한 것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수긍할 수 있는 데 까지는 (합의가) 가지 못했다"며 "우리는 그(김정은 위원장)에게 더 많은 것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초강경파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정상회담 판을 깼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며 "일련의 강공 분위기는 국무부에서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금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나서는 건 미국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일 것"라고 덧붙였다.
미국 조야에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계속 거론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를 비핵화 상응조치의 한 옵션으로 제시했으나 이미 강공 모드에 들어간 미국에게 부담만 안겨줬다는 지적이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지금 시점은 물론이고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제재 완화 혹은 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관료·의회·싱크탱크 등 전반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불만이 많았던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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