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미국 태도가 좀 바뀐 것 같습니다. 한일 관계에 적극 관여하겠다 이런 의도가 엿보이는 것 같은데 왜 미국이 갑자기 입장 변화 기미가 보이는지, 정치부 황재헌 기자가 나왔습니다.
【 질문 1 】
황 기자, 기류가 달라진 이유가 뭘까요?
【 기자 】
이번 주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영어로 '지소미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18일 5당 대표 회동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이 파기 검토를 언급했고 어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파기도 옵션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이 나가자, 미국 측 반응이 빠릅니다.
미 국무부는 "지소미아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파기 옵션을 말한 한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요.
워싱턴 내 전문가들은 "한국이 실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할 경우 동맹의 근간을 흔들면서 미국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지소미아가 한일 간 협정인데 미국이 무슨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 질문 2 】
미국이 이 협정 유지를 가장 원한다는 건가요?
【 기자 】
그렇게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6년 11월 협정을 맺을 때 사실 미국이 물밑에서 체결을 종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당시는 북한 6차 핵실험 두 달 뒤였고 북핵 위협이 고조될 때였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공고해지는 북중러 동맹에 맞서기 위해 한미일의 안보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었습니다.
정보보호협정이 앞으로 한미일이 친하게 잘해보자, 북중러를 견제하자는 측면에서 상징성도 있고, 북한의 비핵화를 대응하는데 실질적인 역할도 한다고 판단하는 거죠.
【 질문 3 】
한일정보보호협정이 뭐기에 그런 의미까지 있는 것입니까?
【 기자 】
한미와 미일은 당시나 지금이나 정보 교환을 하고 있지만 한일은 당시 정보교환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북 미사일을 예로 들면 미사일 발사의 징후나 발사 때 모습 이런 걸 한일이 나름의 자산이나 인적 정보로 파악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걸 교환하자는 것입니다. 당시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상균 / 전 국방부 대변인 (2016년)
-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군사분계선 인근의 감청 정보와 탈북자를 이용한 이른바 휴민트 정보에서 압도적으로 일본에 앞섭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우리에게 없는 게 있죠. 바로 군사위성입니다, 일본이 보유한 위성 5기의 정보가 우리에게는 도움이 되겠죠.
【 질문 4 】
이걸 청와대가 파기 검토를 하겠다고 언급한 건 우리 입장에서는 이제 필요 없다는 건가요? 너무 과감한 언급 아닌가요?
【 기자 】
어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정보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정보보호 협정을 따져보겠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이 협정이 크게 실속이 없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실제로 북한이 1년 6개월 동안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딱히 효용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고 지금은 정권을 잡은 여당이 2016년 11월 당시 야당 때는 협정을 극렬히 반대하기도 했었습니다. 발언 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추미애 /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6년)
- "우리 당은 국민을 배신한 굴욕적 한일군사협정을 결코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청와대와 여권은 협정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해봤는데 차라리 잘됐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 질문 5 】
실제 파기까지 갈 가능성도 있나요?
【 기자 】
협정 카드는 그동안 일본 눈치를 보느라 미온적이었던 미국을 끌어들이는 용도로만 쓰고 실제 파기까지는 안 갈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전 세계 경찰 노릇을 이제 안 하겠다는 입장이고 미 자산도 점점 줄이는 추세 아닙니까?
그래서 동아시아를 한일에게 맡기고 싶어하는데 사이가 안 좋은 한일을 그나마 엮어주는 게 이 협정이라고 미국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이걸 파기한다는 건 한미 동맹에 심각한 훼손을 부를 수 있어서 파기까지는 가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은 현재 한일 갈등을 중재할 곳은 미국밖에 없으니, 미국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건드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미국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입니다.
【 앵커 】
한일정보보호협정이 미국을 끌어들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민감한 카드 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황재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