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협상 재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으면서 자칫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협상을 주선한 스웨덴 측이 협상 당시 '2주 내' 협상 재개를 제안했지만, 이를 수락한 미국과는 달리 북한은 수용 여부를 표명하지 않았고 결국 오늘(22일)까지도 협상은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북미가 서로 '상대 코트에 공이 있다'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만나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총 6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협상 시간 대부분은 비건 대표가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썼고 김명길 대사는 막판에 북한의 기본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로가 자신들의 주장만 폈을 뿐 상대에게 묻거나 답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미의 협상에 대한 양측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습니다. 김명길 대사는 협상 직후 성명을 내놓고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의 조처를 했으니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조치로 화답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습니다.
미 국무부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싱가포르 합의의 진전을 이룰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하는 등 북한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했습니다.
김명길 대사가 비건 대표의 설명을 경청하는 등 실무협상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던 터라 북한이 미국의 설명에 대한 검토를 마치면 회담에 다시 나올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의 생각이 다르지만, 양측이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에도 뉴욕채널 등을 통해 물밑접촉은 지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21일) 북한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것도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비
미국은 핵·미사일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초반부터 이를 강조하면 협장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