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중진 김세연 의원의 '당 해체, 의원 일괄 불출마' 제안으로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론에 불이 지펴졌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여전히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 기자회견 이후 지난 18일 열린 한국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쇄신'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저녁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서도 '쇄신'이 화두에 오르기보단 김 의원의 선언문 중 언급한 '좀비' 등 일부 표현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지적과 김 의원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고 한다.
당 일각에서는 일부 중진 의원들이 쇄신 요구에는 묵묵부답인 채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통해 용퇴 압박을 모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곧 다시 불거질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우선처리안건) 저지와 맞물려 '과연 원내대표를 교체하는 것이 대여 투쟁 방안으로 적절한가'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의 맞는 말을 한 것이긴 하지만, 당 운영에 관여하는 현직(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문제점을 내부적으로 먼저 내놓았어야 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은 "당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원내대표 경선으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과연 교체를 한다고 해서 변화하는 부분이 많을까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단 한국당 지도부는 눈앞으로 다가온 외부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비상시국'으로 규정하면서 저지 총력전에 돌입할 태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역구 의석을 늘리려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 이제는 지역구를 조금만 줄여서 의원들의 불만을 달래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230대 70, 240 대 60, 250 대 50(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수)이라는 숫자놀음이 국민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배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공수처법에 대해서도 여전히 '친문(친 문재인) 보위부'라고 규정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나아가 패스트트랙 절차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법안 저지 정당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도 인적쇄신론이나 김 의원 선언에 대한 성토보다는 패스트트랙 저지 관련 전략 논의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의원 일괄 불출마나 당 쇄신론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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