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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15개 인권단체는 15일 청와대의 공문 전달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인권위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다. 인권위원회법 제3조 2항에도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는 단순히 '협조 공문'을 보냈을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 이름으로 보낸 공문은 '지시'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인권위는 "청와대가 국민청원 관련 문서를 착오로 송부한 것이라고 알려와 반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7일과 9일 두차례 인권위에 공문을 보냈다. 그중 국민청원에 답변하기 위해 7일 보낸 '협조 공문'은 문제가 없었으나 9일에 발송한 공문에는 착오가 있어 청와대가 13일 "폐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인권위가 14일 "반송 조치했다"고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공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느 대목이 착오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청원과 관련해 청와대가 행정부 아닌 다른 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낸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인권위에 보낸 이번 공문이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뜻이다. 인권위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진정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는 기관이다. 굳이 청와대가 공문을 보내서 이번처럼 독립성 침해 논란을 빚을 까닭이 없다.
또 인권위 독립성 침해 논란이 빚으지면 "공문 발송이 신중하지 못했다"거나 "잘못된 일로 유감이다"라고 말끔하게 정리하면 될 일이다. '착오'라거나 폐기·반송 등의 용어를 사용해가며 말을 빙빙 돌리면서 넘어가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뜻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공문 소동의 이면에는 '청와대 만능주의' 외에도 내 편에 대해서만 무한 애정을 쏟는 '이중잣대'가 도사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는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면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이 돌변했다. 국정농단 사건 때에는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인권을 말하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인권을 외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다가 조국 전 장관에게만 적용되는 그 이중잣대가 놀라울 뿐이다.
'유재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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