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30·여)는 애견 산책을 시키다 장을 볼 일이 생겨 근처 대형마트 애완보관소를 찾았다. 마트에 갈 때는 강아지를 집에 두고 가지만 산책을 끝내고 급하게 간 터라 다른 방도가 없었다. A씨는 매장으로 들어가 보관소를 찾던 중 이전과 다른 모습에 놀랐다. 애완동물을 위한 전용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펫샵에는 애완용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미용을 할 수 있는 공간, 애견 호텔과 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다. A씨는 “예전에는 애견보관소가 있어도 이용하기 망설여졌는데 애완견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생겨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형 공간을 설치해 ‘펫과 함께하는 쇼핑’ 문화를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애완용품만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애견카페·호텔·셀프 샤워기기·하루 돌봄 놀이터·훈련교육 등 종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추세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1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애완시장 규모도 나날이 발전해 지난해 1조4300억원에서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삶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에서 ‘반려(伴侶)‘동물이라고 부를 만큼 애완동물의 의미가 커지는 가운데 대형마트에서도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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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가든파이브점 몰리스펫샵 【사진출처 = 이마트제공】 |
롯데마트도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인 ‘펫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2년 3월 송파에 펫가든 1호점을 내고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단독 PB상품 1000여가지를 판매하는 등 애완시장을 겨냥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으며 고양이 반려 가구를 대상으로 고양이 전문 놀이터도 조성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펫샵 내 애견호텔에서 공실이 생길 경우 각 점포 판단하에 고객이 쇼핑을 하는 동안 잠시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색다른 컨셉의 펫가든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지난 2013년 동수원점에 ‘아이러브펫’을 개점한 이후 현재 총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동물병원 전문기업 ‘쿨펫’과 함께 대형마트 방문자를 위한 반려동물 전문 서비스도 선보였다. 아이러브펫 매장은 애완용품만 파는 공간이 아닌 전문 애견샵을 목표로 반려동물의 대소변 훈련 등을 교육하는 반려동물 체험학습실을 구비하고 있다. 마트 이용자들에게는 아이러브펫 내 놀이시설 2시간 무료 이용 서비스도 제공된다.
외국 이색 사례도 눈길을 끈다. 독일 쾰른 이케아(IKEA) 매장이 설치한 ‘도그 베이’는 인공 잔디를 깔아 물 그릇과 동물을 묶어 둘 수 있는 전용공간이다. 쾰른 이케아는 “개들을 위한 주차공간”이라고 소개하며 “개들이 차 안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독일언론은 “고객들이 쇼핑하는 동안 뜨거운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열사병의 위험에 노출되는 애완 동물을 배려한 도그베이가 애견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마트에서 반려동물을 배려한 맞춤공간을 제공하진 않는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했다. 국내 한 마트 애견 보관함으로 보이는 곳에 강아지 한 마리가 갇힌 채 더운 듯 혀를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한 네티즌은 “애완동물이 물건인가”라며 “미친 듯이 푹푹 찌는 날씨에 개 주인이 이해 못 할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런 곳을 굳이 설치한 이유를 모르겠다” “또다른 동물학대다” “이런 곳에 맡기느니 차라리 마트를 안 가는 편이 낫겠다” 는 반응을 보이며 물품보관함과 다름없는 애견보관소를 비난했다.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좁은 공간에 동물을 15분 이상 방치하면 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마트에 설치된 애견보관함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등장한 마트의 동물 전용 매장에 대해서는 “넒은 공간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도우미가 있다는 것으로도 견주의 불안이 해소될
홍자민 이마트 몰리스팀장은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부르는 만큼 가족으로 여기며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서비스를 해주려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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