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추격자 스틸컷 |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을 잡는 데 기여해 영화 '추격자'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보도방 업주가 마약 중독자가 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유영철 사건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마약 조직을 제보한 이후 보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약을 끊지 못했다고 읍소했지만 선처를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이효두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모(42)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노씨는 올해 3월 중순 필로폰 8g을 구입해 4월 12일 0.1g을 투약하는 등 필로폰과 대마를 수차례 구입 및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마약에 손을 댔다가 징역 1년 6월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말 출소한 지 5개월 만이었습니다.
13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노씨의 기구한 인생이 드러났습니다.
변호인은 그가 한때 경찰을 꿈꿨으나 청소년기 때 방황한 나머지 스무 살이 넘자마자 보도방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4년 유영철 사건을 겪으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자신의 업소 여성이 실종되자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도 추적에 나섰습니다. 노씨는 그해 7월 서울 모처에서 다른 업주들과 함께 유영철을 때려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그는 2천500만원의 포상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훗날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를 때려잡는 경찰 출신 보도방 업주 '엄중호'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그러나 노씨는 유영철 현장검증에서 끔찍한 사체를 너무 많이 본 탓에 악몽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법정에서 변호인은 "노씨가 지금껏 당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유영철 사건 이전에도 가끔 마약에 손을 댔지만 그 이후 완전히 중독자가 됐습니다.
2010년 또다시 마약 밀매 혐의로 구속된 그는 선처를 받을 요량으로 중국 폭력조직 흑사파가 국내 조직에 엄청난 양의 마약을 건넨다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듬해 초 검찰은 약 20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한 흑사파 조직과 국내 폭력조직배들을 일망타진했습니다. 검찰은 노씨에게 정착금 등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안전가옥도 마련해줬습니다.
그러나 노씨는 안전가옥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에 두려움에 떨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나마 곁을 지키던 아내도 그즈음 그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노씨는 더욱 마약에 의존했고, 상습범인 탓에 수사망에도 쉽게 걸려 수차례 교도소 생활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 그를 진료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노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약물의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 배심원단은 모두 노씨에게 실형을 평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인 징역 3년형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노씨가 과거 살인범과 마약 조직 검거에 기여한 경력이 있고 이것이 마약 투약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출소 5개월 만에 또 범행을 저지르고도 국가기관 탓만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