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망이 뭐라고' 일주일 노숙까지 한 대기자들…'고성과 몸싸움에 아수라장'
↑ 발망/사진=연합뉴스 |
노숙으로 시작한 기다림이 결국 고성과 몸싸움으로 끝나는 모양새입니다.
발망과 스웨덴 제조·유통일괄형(SPA)브랜드 H&M의 협업(콜라보레이션)제품이 출시되는 5일 오전 7시께. 중구 명동 눈스퀘어 1층 H&M 매장 앞에 있던 수백명의 대기자들은 1시간가량 뒤 열릴 매장 문을 바라보며 추위에 몸을 움츠렸습니다.
이들은 협업제품 출시를 기다리며 길게는 일주일가량 노숙을 한 대기자들이다. 대기 고객 중에는 남성 고객이 더 많았습니다.
앞쪽에 줄을 서 있던 남자 대학생은 언제부터 줄을 섰느냐는 질문에 "닷새 정도인데 날짜 감각이 없어져서 정확히 며칠부터 줄을 섰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명동지점과 압구정지점에는 개장 직전까지 약 400명,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100명 이상이 줄을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H&M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30명씩 5그룹, 모두 150명이 오전 7시50분께 먼저 매장으로 들어갔습니다. 3층인 협업제품 매장으로 뛰어가다가 다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H&M이 매장 안에서 대기하도록 방침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인원은 입장순서를 보여주는 팔찌를 받아들고 근처 카페 등으로 흩어졌습니다.
쇼핑은 8시 정각에 시작됐는데 첫 그룹 30명이 8시10분까지 10분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면 5분 뒤인 8시15분에 두 번째 그룹이 다시 10분간 쇼핑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안전상의 문제로 취재진의 매장 내부 접근이 제한됐지만 8시20분께 쇼핑백을 한아름 들고 나온 첫 구매자는 내부가 '아수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와서 닷새간 노숙한 끝에 첫 그룹에 포함됐다는 이모(19)씨는 "쇼핑을 시작하자마자 전부 달려가 물건을 집어들었다"며 "동시에 물건을 집은 사람들이 서로 가져가겠다고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역시 원하는 물건을 절반도 건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이씨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수량이 너무 적어 물건을 못 샀다"며 "계획대로라면 600만∼800만원어치를 사야 하는데 13점밖에 못 샀다. 150만원어치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객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매대 위 물건을 '쓸어담는' 등의 행동을 하자 재고가 있어도 물건을 다시 매대에 채워넣기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H&M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노숙까지 감행한 이들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러'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8시30분께 쇼핑백 4개가량을 들고 나온 김모씨 역시 텐트를 치고 주말부터 노숙을 해 250만원어치를 샀습니다
그는 "앞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리셀러라고 보면 된다"며 "사는 사람 마음에 따라 값은 몇 배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 가격은 티셔츠 4만9천원, 블라우스 11만9천∼13만원, 재킷 13만∼54만9천원 등인데 발망이 흔히 말하는 '명품'인 점을 고려하면 4∼5배의 웃돈을 기꺼이 지불할 소비자들이 있다는 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리셀러의 설명입니다.
또 다른 남성 리셀러는 금전적으로 얼마나 득이 되기에 닷새나 노숙을 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분 같은 직장인이 닷새 일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번다"고 답했습니다.
일부 리셀러들은 쇼핑백을 4∼5개씩 들고 나온 뒤 삼삼오오 모여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이야기를 나눴으나 취재진이 다가가자 격렬하게 항의하며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H&M 관계자들 역시 대기자 중에 지난해 알렉산더 왕 협업제품 판매 당시에도 줄을 섰던 '낯익은 얼굴들'이 있다거나, 대기자 가운데 먼저 직원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들 리셀러들은 팀으로 와서 줄을 선 뒤 제품 종류별로 역할을 분담해 구매를
정해진 H&M 마케팅실장은 "첫 그룹이 들어가자마자 2분만에 남성복은 물량이 모두 없어졌다"며 "리셀러도 상당수 있겠지만 이들도 고객이기 때문에 제지할 방법은 없고, 대신 1인당 구매 수량을 스타일별 1개로 제한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가 갓 넘어 매장에서 나온 한 고객은 이미 남성복의 경우 대부분 물량이 동났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