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일본은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의회를 장악한 아베 정부는 전방위적인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노동개혁은 국회로 공을 넘긴 이후 표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노동개혁은 1990년대 이후 장기에 걸친 경기침체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고, 저출산·고령화 진전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핵심은 ‘한정 정규직’의 확대다. 근로자의 임금이나 고용보장은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근무지역과 시간, 직무는 비정규직처럼 한정적인 고용형태를 뜻한다.
일본 노동법상 정규직은 한국과 유사하게 해고요건이 매우 엄격하다. 하지만 한정 정규직은 상황이 급하다고 판단되면 해고가 가능하며, 임금도 연공이 아닌 직급에 맞게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정규직과의 동등한 대우 등 한정 정규직 제도 정착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때문에 2014년 유니클로 1만6000명, 일본우정그룹 4700명, 이케아 2400명 등 기업들의 채용도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지난 10월에 이뤄진 파견법 개정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제조업에도 파견이 허용돼 왔지만,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고 근로자 보호조치를 강화한 것이다.
과거 파견법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이 3년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해당 업무를 정규직으로 바꿔야 했다. 파견근로자를 3년 이상 쓰는 업무에 대해서는 무조건 정규직을 고용해야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본은 파견법을 개정해 이같은 제한을 없앴다. 파견근로자 근무시간의 산정 기준을 업무당 3년에서 근로자 1인당 3년으로 바꿨다. 이에 기업들은 동일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3년간 고용하면 다른 근로자로 전환해 고용할 수 있게 됐다. 파견 근로자 또한 직무를 바꾸는 식으로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간 제도에도 손을 댔다. 여성 인력의 활용을 위해 여성이 탄력근무를 할 때 청산기간을 연장했다. 탄력근무는 근무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일정 기간동안 법정근로시간을 채우는 방식의 근무형태를 뜻한다. 지금까지는 1개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맞췄지만, 여성에 한해 1개월 이상으로 연장해서 맞추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재량 노동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에서 기획·조사 등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업무를 수행하면 일정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현재 대상범위가 제한적이고 절차가 복잡해 적용 대상자가 많지 않지만, 이를 늘려나간다는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사무직 근로자를 뜻하는 ‘화이트칼라’의 노동시간 규제도 건드렸다. 업무 범위가 명확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고연봉 직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규제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일본은 비정규직
[최승진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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