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의 전격 발표로 노동개혁 ‘속도전’에 나선 정부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로 노동계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들어갔다. 성과연봉제 확대는 2대 지침 못지 않게 노동계가 극렬히 반대해왔던 사안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대타협 파기 또한 성과연봉제 확대를 반대하는 금융·공공부문 산별노조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사실상 노동계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이어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확대도 추진하고 있어 노·정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대상 직원 수를 전체의 70%로 확대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성과연봉을 최대 2배까지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1~2급에 해당하는 간부급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최하위 직급을 뺀 4급 이상 비간부직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적용 대상이 되는 직원 비율도 7%에서 70%까지 늘어나게 됐다.
성과평가에 따른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도 현행 2%포인트에서 평균 3%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다만 4급 직원에 대해서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기본연봉 인상률의 차이를 두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공기업은 올해 상반기, 준정부기관은 연말까지 권고안에 담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노동계 반발을 감안해 공공·금융부문의 성과연봉제 확대를 노동개혁의 후순위로 미뤄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노동 4법, 2대 지침 등 노동개혁 과제들이 노동계와 협의를 바탕으로 추진돼 왔기에 노동계에 대한 설득작업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지난 19일 노사정대타협 파기를 선언했고, 그 과정에서 공공·금융부문 산별 노조가 성과연봉제 확대를 막기 위해 2대 지침을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정부의 기조가 달라졌다. 노동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는 성과연봉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노동계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2대 지침을 전격 도입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는 27일 6개 금융 공공기관의 올해 예산을 확정하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올해 인건비 인상분의 절반 이상을 깎는다는 내용을 담은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 제도를 발표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속도전에 노·정간 갈등은 이번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이 30일 총파업을
한국노총 공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결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승진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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