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중년 남성인 당신, ‘개저씨’인가 ‘아재’인가 <사진출처=픽사베이> |
지난 13일 방송한 ‘SBS 스페셜’은 ’아저씨, 어쩌다 보니 개저씨’라는 제목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조어 ‘개저씨’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개저씨는 ‘개 같은 아저씨’를 일컫는 말로 나이와 지위를 무기로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 남성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개 같다’는 표현이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곧 이 유형의 남성들을 향한 다른 세대의 분노와 혐오를 단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개저씨’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유형은 사회적 지위를 무기로 제자·회사후배들에게 성희롱을 일삼는 중년 남성들,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아랫 사람들에게 폭언, 폭행을 일삼는 중년 남성들을 비롯해 식당에서는 직원들에게 반말을 일삼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새치기가 당연한 중년 남성들이다.
개저씨에 대한 논란이 일며 최근에는 ‘당신도 혹시 개저씨가 아닐까’라며 체크리스트까지 등장했다.
중년의 남성 가운데 상단의 리스트에 체크한 것이 없다면, 혹은 1~2개 정도에 머물렀다면 그는 어쩌면 개저씨가 아닌 ‘아재’일 수 있다.
최근 온라인과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재 개그’를 필두로 ‘아재’ 역시 중년 남성을 일컫는 단어로 흔히 쓰이고 있다.
아재 개그는 “반성문을 영어로 하면? …글로벌 (글로 벌을 준다)”과 같은 말장난으로 중년의 남성들이 젊은 세대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던지는 개그들을 통칭한다.
젊은 층들은 이 같은 아재개그에 대해 “썰렁하고 재미없다”면서도 ‘아재 개그 모음집’을 만드는 등 열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재개그에는 젊은층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담겨있어 ‘푸근한 아저씨’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아재’는 경상도 지역에서 아저씨를 애정을 담아 편하게 칭하는 말로 부정적 어감의 ‘개’를 덧붙인 ‘개저씨’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 남성을 일컫는 두 신조어 ‘개저씨’와 ‘아재’.
둘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을 일컫는 단어지만, 한 쪽에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한 쪽에는 애정이 담겨있다.
‘개저씨’라는 단어의 파장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라며 과격한 표현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현재의 중장년 남성들은 엄격한 가부장제와 상명하달식 조직문화, 목소리부터 높여야 유리해지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왔던 세대라는 점을 이해할
몇 가지의 행동을 놓고 한 사람을 판단하고 비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신조어가 생겨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젊은 층들이 나이와 지위로 횡포를 부리는 아저씨가 아닌 ‘아재’의 푸근함을 그리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디지털뉴스국 김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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