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英CEO, 주총서 사과…런던 찾은 유족들 만난다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의 제조회사인 영국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족대표단이 영국 런던에 있는 옥시 주총회의장을 찾아가 시위를 벌이자 주주들 앞에서 사과한 것이다. 아울러 처음으로 CEO가 피해자 대표단을 직접 만나기로 해 영국 본사차원의 책임인정과 배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 옥시 피해자 유족대표단은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곽에 있는 옥시 본사를 방문해 라크쉬 카푸어CEO를 만난다.
카푸어 사장은 하루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고 대단히 유감스러우며,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과는 가습기 살균제 유족 등으로 구성된 항의 방문단이 5일 옥시 주주총회장을 찾아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따른 것이다. 레킷벤키저 측은 이들의 주총장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주총 의장이 주주들 앞에서 이 서한을 직접 낭독했다. 서한을 통해 유족 대표단은 카푸어 사장에게 한국으로 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옥시 측은 일단 카푸어CEO가 런던에서 먼저 대표단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와 만남이 확정됐다.
옥시 측은 유족들을 만나 사과와 유감의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이지만 본사 차원에서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전날 주총에서 밝힌 사과의 발언 역시 ‘개인적’, ‘유감’이라는 말 등으로 직접적인 책임인정을 슬며시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해 가족들은 레킷벤키저 이사진을 살인죄 등의 혐의로 영국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영국 시민단체가 지원하는 변호인단과 만나 레킷벤키저와 테스코를 상대로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연구 결과를 조작해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수의과대 조 모 교수(57)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6일 증거위조 및 수뢰 후 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조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옥시의 주문대로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학으로 지급받은 연구용역비 일부를 사적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연구용역비로 서울대에 2억5000만원을 지급했으며, 이외에 조 교수의 개인계좌로 1000여만원의 별도 자문료를 건넨 정황을 확인했다. 또 조 교수가 인건비·기자재비 등으로 쓰겠다며 용도를 허위 기재해 용역비를 빼내 사적으로 쓴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용 기자 /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