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촌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한옥이 어린이집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3월 서울 노원구에서 개원한 수락한옥어린이집은 700대 1이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친환경 설비에 전통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수락한옥어린이집은 노원구가 5년간 29억7900만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면적 546㎡) 규모로 건축한 어린이집으로 만 1세부터 5세까지 99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한옥어린이집이 기존 어린이집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갖는지, 학부모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직접 찾아가 살펴봤다.
◆한옥, 건강에 좋은 친환경 건물
“노원구 구청장님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공기 좋은 수락산 자락 밑에 한옥어린이집을 지어보자고 제안했다”
수락한옥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방군자(49) 원장은 한옥어린이집 개원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천식이나 아토피, 기관지염 등을 겪는 영유아들을 위해 친환경 교육공간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이곳은 시멘트 벽돌 대신 건식 소나무 목재로 벽체를 지었다. 지붕은 서까래를 쌓고 기와를 올리는 전통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창호 역시 전통 미를 살리면서도 단열 성능을 확보하는 목구조 단열창호를 사용해 난방과 환기가 원활하도록 했다.
이밖에 벽체와 기와지붕에 유리섬유 단열재를 넣어 한옥의 단점인 단열 문제를 보완했고 외부에 5kw 용량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좌우로 길게 뻗은 기와지붕과 그 뒤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의 대비였다.
“우리 어린이집은 아파트처럼 네모나지 않아요. 옛날엔 왕들만 살았는데 우리도 사는 거래요”
콘크리트나 벽돌 건물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색다른 한옥 구조를 자랑스러워했다.
◆전통문화 프로그램으로 인성 강화
“요즘엔 아이들이 전통적인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은데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우 만족해요”
만1세 아이를 둔 이수민(44) 주부는 한옥 아래서 배우는 전통 프로그램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이곳에선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전통적인 행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천연 염색한 생활한복을 원복으로 입고 연필 대신 붓을 쥔다. 또 자연 숲 체험은 교편생활을 하던 어르신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일반적인 수업 외에도 서예, 사물놀이, 태껸, 국악, 다도 등의 전통문화를 함께 배운다.
방 원장은 “피아노가 우리나라 악기인 줄 알던 아이들이 이젠 국악시간에 장구, 북, 징, 꽹과리를 친다”며 “다함께 하모니를 이루다 보면 무척 재밌어하고 협동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계절에 맞는 세시풍속 행사를 진행해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익히도록 돕는다. 이번 달에는 단오를 맞아 화전 부치기, 창포물로 머리 감기 등 가족과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가오는 유두절에는 비석치기와 구슬 꿰기, 유두국수 삶아먹기 등을 할 계획이다.
친환경과 전통을 경쟁력으로 부모들 사이에서
[디지털뉴스국 김예린 인턴기자 / 박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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