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큰 사건들이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신정아씨의 '거짓말'이 권력형 스캔들로 번졌고 이어 사상 초유의 한국인 피랍 사건으로 온 국민이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BBK 관련 수사와 태안 기름유출 사태 등 연말까지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다사 다난했던 올 한해 정치와 사회부문 주요뉴스를 엄성섭 기자와 함께 돌아보겠습니다.
Q1. 엄 기자, 먼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머나먼 아프간에 멈추게 했던 피랍사태 얘기부터 좀 해보죠.
지난 7월이었죠.
선교활동 중이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는 소식은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피랍후 40일 동안의 피말리는 감금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결국 배형규 목사와 20대 심성민 씨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피랍자들은 귀국 후 모두들 사과의 마음과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인터뷰 : 유경식 / 피랍자 대표
- "저희들은 이번에 조국과 국민 여러분께 큰 빚을 졌습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저희와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아프간 피랍사태는 대학생들이 꼽은 2007 최악의 뉴스 1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23명의 목숨을 놓고 벌어진 협상에 국민들도 함께 마른침을 삼켜야 했던 악몽의 순간이었고, 인질석방 후엔 한국 교회의 무분별한 해외선교에 대한 비판, 정부의 무력한 대응, 몸값 제공설 등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 때문에 최악의 뉴스로 꼽힌 것으로 보입니다.
Q2. 대통령 선거도 빼놓을 수 없는 얘기인데요. 나름대로 우여곡절도 많았죠?
정치계 올해 최고 이슈는 역시 제17대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사실상의 대선으로 평가됐던 한나라당의 경선전부터 열기는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극한 대치 속에 한나라당은 결국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 이명박 / 대통령 당선자(경선 직후)
- "정권을 반드시 되찾아오겠습니다. 여러분 이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서 정권을 창출합시다. 여러분"
이에 반해 범여권의 후보 선출 작업은 연초부터 이어진 탈당 행렬과,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으로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결국 손학규 전 지사의 합류로 구심점은 찾은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을 통해 정동영 후보를 선출했습니다.
인터뷰 : 정동영 /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 "이 순간 저는 벅찬 감동과 함께 바위 덩어리 같은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낍니다. 12월에 반드시 승리함으로써 여러분의 선택에 보답 드리겠습니다."
한나라당으로 일방적으로 기울던 대선 판국은 이회창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판도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인터뷰 : 인터뷰 : 이회창 / 전 한나라당 총재
- "저는 오늘 그동안 몸 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Q3. 대선 주자들의 경쟁도 극심했습니다만 BBK라는 굵직한 변수가 불거져 나오면서 대선 정국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었죠?
BBK사건은 투자자들의 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도피했던 BBK 대표 김경준씨가 전격 입국하면서 급물살을 탔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낙마할 수도 있는 대선의 유일한 변수였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정치권의 끝간데 없는 폭로와 비방전이 이어졌지만 결국 검찰이 이 후보와 관련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 후보의 청와대 행은 더욱 공고해 졌습니다.
인터뷰 : 김홍일 /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식매매에 쓰인 돈을 제공했거나 그로 인한 이익을 받은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달리 이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했다는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마침내 12월 19일을 맞아서 48.7%대 26.1%, 500만 표 이상의 역대 최대 격차로, 국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제17대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 이명박 / 대통령 당선자(당선 직후)
- "저는 국민들에게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운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저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Q4. 남북 정상회담도 정말 역사적인 일이었죠?
7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들의 만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2007년의 큰 사건입니다.
지난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 평양까지 고속도로를 통해 달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인터뷰 : 노무현 / 대통령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그동안의 방해왔던 민족의 그 많은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인터뷰 : 김정일/ 국방위원장
-"내일 오찬을 평양에서 여유 있게 하시고 오늘 일정들을 내일로 늦추는 것으로 해서
모레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어떤가..."
남북 두 정상은 사흘간의 만남 끝에 8개항의 10.4 선언 채택하고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을 구체화 하자는데 합의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경의선 철도 시험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12월 11일부터는 드디어 문산~봉동 화물열차가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공전을 거듭하던 북한의 핵 문제 역시 올해 초 2.13합의를 극적으로 이끌어 내며 핵 불능화 단계를 향해 한발씩 나아가고 있고, 금강산에 이어 개성관광도 실시되는 등 그 어느때 보다 화해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전해준 한 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Q5. 변양균-신정아 스캔들을 비롯해서 전군표 국세청장, 정윤재 비서관 등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로 얽룩진 한 해였죠?
올 한해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무려 넉달 동안이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사건이 그 필두였습니다.
단순 허위 학력 파문은 정권 핵심부와 예술계를 망라한 초대형 로비 사건으로 비화했습니다.
인터뷰 :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
- "저 때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검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구속되면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습니다.
변 실장 사건에 이어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 수뢰사건은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긴 대표적 측근 비리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사건 초기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깜도 안 되는 의혹이라며 감싸고 나섰고, 전군표 청장도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인터뷰 : 전군표 전 국세청장
-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검찰이 진실을 가려줄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현직 국세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구속수감되면서 독방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불행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주요 고비 때 마다 검찰은 수사 의지를 의심 받았고 뇌물 사용처 수사를 통한 윗선 개입 여부, 정ㆍ관계 등 전방위 로비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Q6.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사건입니다만 태안 기름 유출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죠?
이번 성탄절에는 유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태안으로 향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선박 충돌로 인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로 태안 앞 바다가 '검붉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양식장은 기름 범벅이 되고 어민들은 아예 넋을 놓고 주저 않았습니다.
인터뷰 : 이석애 / 어민
- "가보니까 새까맣고, 바닥에도 기름이 쫙 깔렸어. 기름 투성이고... 내가 너무 속상하고 울화통이 터져서 그냥 올라왔어"
인터뷰 : 정길순 / 횟집주인
- "누구 말대로 10년 간다는데요, 30년도 갈 것 같
열일 제쳐두고 달려간 5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정부의 밤낮없는 방제 작업으로 기름띠는 거의 제거됐습니다.
하지만 해안을 한 움큼 파내면 여전히 남아있는 시커먼 기름 덩어리는 새해를 맞는 태안 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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