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들리는 단어죠. 안 보이는 곳에서 개인이나 조직이 막대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인데, 특히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에겐 꼬리표처럼 붙는 말입니다.
초고속 재단 설립과 수백억 원의 모금, 자녀 학업에 대한 온갖 특혜 의혹과 대통령의 연설문 사전 열람까지….
양파껍질처럼 계속 벗겨져 나오는 의혹에 결국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의혹은 여전합니다.
이런 게 바로 보이지 않는 힘, '비선실세'겠죠. 사실 비선실세 논란은 어느 정부에나 있었습니다. 잠깐 실펴볼까요?
전두환 정권 당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동생 경환씨는 새마을 운동본부의 공금을 맘대로 유용했고, 노태우 정권에서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씨는 슬롯머신 업계로부터 뇌물을 받았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에선 소통령으로 불리던 아들들이 뇌물과 자금 횡령은 물론 한보 게이트란 특혜성 대출사건을 일으켰고, 노무현 정권 당시 봉하대군으로 불리던 친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습니다.
또, 이명박 정권에서 만사형통, '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란 말을 유행시킨 형 이상득 씨는 저축은행으로 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죠.
이들 모두 구속 처벌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드러난 비선실세들은 대부분 대통령은 상관없다며 거리를 두고,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번 최순실씨도 그럴까요? 대통령은 빠지라며 앞에 나와 스스로 책임을 질까요?
비선실세가 위험한 이유는 통제를 받지않고, 책임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 처럼 가족이 아닌 남인 경우엔 그 실체를 밝히는 게 더 어렵고, 처벌도 쉽지 않죠.
지난 정권들의 경험을 토대로 측근 비리를 막겠다며 이번 정권에선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시지요?
특별감찰관은 친인척은 기본, 측근·지인의 비리도 걸러내야 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특별감찰관은 물러났고 후임 인사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가 가장 윗선에서 있었던 만큼 어쩌면 문제 해결은 더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그동안 칼을 만져 온 사람이 책임을 지면 되는 거니까요.
비선실세, 이 네 글자에서 나온 지금의 곪은 상태를 그대로 덮고 가느냐, 해결을 하고 가느냐…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해결 방법은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정권 말기니까'하며 그냥 넘기려고 하지 말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농락 당했다고 분노하는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