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등, 예상 못한 흉년에…우울한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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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
충북 영동에서 곶감을 생산하는 농민 박모(60)씨는 깎은 감을 걸어놓는 타래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최근 산지 감 값이 크게 올라 곶감 가격도 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정작 곶감을 만들 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올해 감의 알이 굵고 품질이 좋아 풍작을 기대했는데 지난달부터 잎이 누렇게 마르면서 감 꼬투리가 빠지는 둥근무늬낙엽병이 번졌다"며 " 수확량이 줄었으니 가격이 올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걱정을 늘어놓았습니다.
'감의 고장'인 영동에서 최근 거래된 감(둥시) 값(20㎏)은 2만9천∼3만2천원으로 지난해보다 20%가량 올랐습니다.
영동 감 가공센터의 수매가격도 3만∼3만5천원으로 5천원가량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둥근무늬낙엽병이 번지면서 수확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일교차가 큰 산간지역은 상황이 심각해 나무에 남아있는 감이 드물 정도입니다.
올해는 농경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태풍이나 장마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던 탓에 벼를 비롯한 모든 작물이 풍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들녘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릅니다. 막상 수확해보니 수확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쌀은 4년 연속 풍년을 예고했습니다.
기대를 안고 추수에 나선 농민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실망이 큽니다. 벼 수확량은 늘었지만, 알차게 여물지 않아 쌀 생산량은 도리어 줄었다는 것이 농민들의 말입니다.
청주시는 최근 75개 농가를 대상으로 벼 수확량을 조사해 작년보다 1∼3%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충북의 대표적인 쌀 브랜드인 '청원생명쌀'을 생산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도정률은 지난해보다 최고 1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벼의 알곡이 줄고 쭉정이가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청주시는 이런 도정률을 고려하면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8%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겉으로는 풍년이지만, 쌀 생산량은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 셈입니다.
이런 현상은 올해 늦여름까지 계속된 무더위 때문입니다. 특히 열대야 현상으로 야간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벼가 정상적으로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남지역에서는 벼에서 수발아(穗發芽)까지 발생해 농가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수발아가 생긴 벼는 수확량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서리태 등 콩 주산지인 충주 신니면 일부 농가의 밭은 수확철을 맞았지만 쭉정이 콩으로 가득합니다.
노린재가 극성을 부리면서 뿌리째 썩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입니다.
농민 이모씨는 "40년 넘게 콩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해충 피해를 보기는 처음"이라며 "쭉정이만 가득한 콩밭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습니다.
본격적인 절임배추 출하를 앞둔 괴산지역 농민들도 걱정이 많습니다.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배추에 무름병과 뿌리혹병 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을에도 더위가 이어져 주부들이 김장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절임배추 주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김장배추 주생지인 전남 해남에서도 일부 배추가 습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괴산의 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법인 손기용 대표는 "일부 농가의 배추에 무름병 등이 생기는 등 작황이 좋지 않다"며 "절임배추 출하가 초기 단계지만, 주문 물량이 예년만 못한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농산물 작황 부진은 서민들의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가격이 상승하면서 김장비용이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1일 기준 배추 상품 1㎏당 도매가격은 평균 880원으로 한 포기(약 3㎏)당 2천600원대입니다. 최근 5년간의 평균 배춧값과 비교해보면 평년(㎏당 519원)보다 70%가량 비싼 수준입니다.
김장철 배추만큼 수요가 많은 무도 재배면적이 줄고 출하 시기까지 지연되면서 도매가격(상품 20㎏)이 2만5천400원으로 작년보다 219%, 평년보다는 147% 비
대파도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평년 대비 60% 가까이 높고, 양파와 마늘은 재배면적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비쌌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 농식품부는 조만간 김장철 주요 채소에 대한 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