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손을 들어 답을 하는 기업 총수들의 모습입니다.
카메라 가까이서 해체 반대의 뜻으로 손을 든 구본무 LG그룹 회장 모습이 유독 눈에 띄죠. 당시 구 회장은 '전경련이 지금 모습이 아닌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일 뒤 LG그룹은 본격적으로 전경련 탈퇴를 선언하지요. 내년부터 연 50억 원 정도인 회비를 내지 않고,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LG그룹이 55년 역사의 전경련 대기업 탈퇴 1호의 포문을 연거죠.
삼성그룹도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거나 다름 없습니다. 삼성은 전경련의 만류로 당장 탈퇴 절차를 밟지는 않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천명했으니까요.
전경련의 1년 살림살이를 볼까요.
1년 예산은 회원사 600개 기업이 내는 회비 490억 여원. 이 가운데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이 내는 돈이 절반 이상인 350억 원입니다.
LG는 이미 공식 탈퇴 선언, 삼성은 사실상 탈퇴, SK는 탈퇴 실무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경련의 돈줄 절반 가까이가 끊기는 거죠. 여기에 공기업과 금융권의 탈퇴도 이어지고 있죠.
돈이 마르면 조직은 어떻게 될까요.
과거 그 어느 때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를 겪고 있는 전경련.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경련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관련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재단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부회장 역시 개혁을 하겠다며 터줏대감인 양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는 정경유착을 청산하기 위해 하늘이 내린 기회다'
한 언론인의 말입니다. 전경련의 변화는 대한민국의 경제, 나아가 정치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전경련은 지금 뭘하고 있는 걸까요.
전경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느냐, 발전적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느냐, 그 키는 '전경련' 스스로의 손 안에 들려 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